티벳소녀 2003-09-09
안모양의 책에 관한 이야기 야생탐험앨리라는 아이디를 가진 저의 절친한 친구중 한명인 안모양이...실명인증등 불필요한 알라딘 글쓰기로 인해 저에게 따로 메일로 책에 관련된,생각나는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혼자 두고 읽기 아까운 인상적인 글이어서...이렇게 여러분과 나눌까 합니다.
책에 관한 에피소드!! 유럽여행중에 있었던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 날-프랑스
내가 너무너무 사고싶었던 베네통티가 있었어. 여행하는 나라 곳곳마다 보면서 항상 침을 흘렸던 옷이었지. 마지막까지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큰맘먹고 오전에 친구랑 숙소에 짐을 맡기고 전에 관광하다가 보았던 소르본느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지하철로 두정거장 떨어진 베네통 매장을 가기로 맘먹고 길을 나섰어. 친구와 난 지하철표를 끊어 아무 걱정없이 지하철을 탔지. 그때가 한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였을거야. 갑자기 한정거장도 못가 지하철이 중간에 서버렸어. 우리는 당황했지. 솔직히 한국에서 이런일이 일어났다면 우왕좌왕 장난 아니었을텐데.. 하지만 같은 칸에 탔던 프랑스사람들 어떠한 미동도 없이 자기할일을 하더군 책을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구 음악을 듣는사람들. 눈을 감고 달콤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시끄럽게 잡담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곳은 철저하게 책을 읽도록 만들어 놓은 무언의 공간같았지. 그렇게 15분이 흐르는 동안 프랑스어로 안내방송이 몇번 나오긴 했지만 그 사람들은 처음과 같이 한결같은 아무도 항이하는 사람도 없었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고 짜증내는 사람도 없었지. 거기서 유일하게 동양인인 나와 내친구만이 이대로 갇혀 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몸둘바를 몰랐지. 주위에 있는 프랑스 사람에게 어찌된일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각자의 일에 진지하게 빠져있는 그들에게 소리내서 물어보기가 미안했지. 사실 그 지하철안의 고요를 깰 자신이 없었어. 얼마가 지난후 열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하지만 움직이는 방향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닌 반대편- 내가 처음 탔던곳으로 움직이더니 멈추더군. 모든사람이 내리고 우리도 얼떨결에 따라내렸지-오후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빠듯한 시간을 내 쇼핑에 나섰던 우린 숙소로 다시 돌아올수 없었고 난 영영 내가 사랑하는 베네통티를 손에 넣을수 없었지. 하지만 내가 약 20분간 지하철을 타고 보았던 그네들의 여유있고 느긋한 마음과 책 읽는 광경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교훈으로 남았단다. -너가 보낸 편지에 프랑스 사람들의 독서량을 보고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p.s1>우리나라 지하철안에서도 책읽는 사람들이 많더군. 우리나라만세!!
요즘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하면서 내가 소장하고 있던 제인오스틴의 소설을 모두 다시 읽었다. 너가 마이리스트에 올려놓은 오만과 편견두 다시 잃었지 역쉬 다시 읽어도 미스터 다아시는 멋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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