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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낳았다고 아사꼬(朝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하였다. 그 집 뜰에는 큰 나무들이 있었고 일년초 꽃도 많았다. 내가 간 이튿 날 아침, 아사꼬는 '스위트피'를 따다가 꽃병에 담아 내가 쓰게 된 책상 위에 놓아주었다. '스위트피'는 아사꼬같이 어리고 귀여운 꽃이라고 생각하였다.
...아사꼬와 나는 절을 몇번씩 하고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늘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 피천득, 수필집 <인연>가운데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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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한 시인의 표현처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그런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 마주침과 스치고 지나감에는 영혼의 메아리가 없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 법정 스님의 말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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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몰려오고 마을 골목에도 저녁이 내려앉는다.
전등불 아래 내 마음에는 그늘이 진다...
서글픈 저녁 하늘에 별 하나 소리 없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