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아직 뚜렷하게 사형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김길태나 조두순 같이 자기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는 사이코패스 아동성폭력살인범들에게도 이 사회가 생명권을 보장하면서 ‘살 가치’가 있는 인생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린 생명의 비참한 죽음으로 온 사회에 비탄에 잠겨있는데도 정작 그들은 세금 걷어 만든 교도소에서 밥 먹고 눈뜨며 ‘생각’이란 걸 하고 평생 산다는 그 자체가 시원치 않았다.



철창 격리가 해결책의 전부라면, 차라리 어디 무인도 개간사업에 징용되어 땡볕에서 더럽고 힘든 일이나 평생 시켜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사회에 대한 악밖에 남지 않아 살인이 일종의 게임인 사이코패스에게 ‘인권존중’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무고한 인생의 인권을 묵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지금의 이 사회는 너무 ‘교화의 환상’에 빠져있는 것 같기도 하다.



벤트 룬드. 전과가 화려한 사이코패스 아동성폭력범이다. 책의 첫 부분은 그가 두 아이를 유인하여 성폭행하고 날카로운 둔기를 항문과 질에 찔러 넣어 죽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가 아이를 보는 시각은 일반인과는 전혀 다르다. 그는 어린 아이를 성폭행하고 죽이는 것에 나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



화창한 날이다. 6월의 어느 목요일, 무럽고 햇살이 따가운 그런 날. 음탕한 꼬마 창녀 둘이 앞장서서 공원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밤색 머리 계집은 누구든 건드릴 수 있는 창녀. 키 작고 약간 통통한 금발 머리 계집은 남자만의 창녀. 음탕한 계집들. 창녀들. 화냥년들. 긴 머리며, 얇은 외투, 딱 달라붙는 바지까지. 용두질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p. 25)



경찰에 잡혔고,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호송되는 중에 탈옥한다. 그리고 그날 프레드리크 딸이 유치원에서 그에게 유인되어 범행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리고 딸아이의 장례식 날 경찰은 프레드리크에게 범인이 자살하기 전까지는 그 범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드리크는 범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가 또 한 번의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장소에서 총으로 쏴 죽인다.



프레드리크는 이 일로 법정에 선다. 온 나라의 이목이 이 사건에 집중되었고, ‘법과 정의’가 어느 편에 서야 정당한 것인지 관련인물들의 흑백으로 나뉜 시각을 내비친다. 그리고 독자에게 더 깊은 사고력을 요하는 후속결과들을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살인범 ‘벤트 룬드’와 살인범 ‘프레드리크’를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서도 단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열린 사고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소설이다.




프레드리크가 맞이한 인생의 결말은 참 아이러니했다. 그러나 그 재판의 과정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사회가 책임지지 못한 범인을 해결한 영웅’으로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과 갈등, 혼란과 무기력감. 그런 것들이 더 크게다가 왔던 작품이다.



조금 더 장편이었으면 어땠을까. 마무리에 보여주는 반전의 기술이 어설펐고(초반부터 티가 확 난다) 교도소라는 장소, 특별감호구역 책임자 렌나트라는 인물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얕아서 아쉬웠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하나의 팩트, 그것이 잘 살아있었고 독자에게 보다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부여했다. ‘근본적으로 짐승 같은 인간들을 배출해내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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