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 문화여행자 박종호의 오스트리아 빈 예술견문록
박종호 지음 / 김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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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면 KBS1에서는 KBS 신년음악회가 아닌 빈 필의 공연을 방영한다. 올해도 본 기억이 난다. 빈 필은 특유의 비엔나틱한 색깔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독보적인 색깔, 어느 지휘자를 만나도 변하지 않는 전통을 참 좋아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말러, 요한 스트라우스 등 전설의 음악가들이 사랑한 음악의 도시라고만 생각해서 가면 비엔나 왈츠나 실컷 추다 올 것만 같았던 빈.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 문화의 메카일 줄이야.



저자는 박종호. 엇! 이런 책을 의사가 썼네? 정신과 전문의로 한양의대와 한림의대 외래교수를 하다가 프로이트를 본받아 개업의가 된 그는 오페라와 예술 전반에 관한 칼럼과 해설을 쓰는 오페라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고, 이 책과 같은 예술 도시 여행 저술가로도 활동 중이다. 풍월당 설립자이다. 이야, 무슨 의사가 클래식 서적만 7개째냐. 멋있는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닌 저자다.



빈은 세계가 인정한 예술의 도시다. 음악, 문학, 철학, 미술, 연극, 무용, 건축 등 모든 예술이 망라되어 총체적으로 빛나고 있는 도시. 거기서 저자가 만난 예술은 꼭 어디를 들어가서 돈 주고 보는 예술뿐만이 아니라 걸어 다니면서 눈에 걸리는 모든 것이 예술 그 자체였다.



책은 예비여행자들을 타겟으로 했다. 예술의 장르나 예술가로 묶지 않고, 돌아다니는 구획으로서 나눈다. 19세기 말에 빈 정부는 근대식 전쟁에 대비하여 성곽해체를 결심하고, 그 자리에 넓은 도로를 건설한다. 이것을 ‘링 슈트라세’라고 한다. 빈의 모든 문화, 교육, 정치는 이 ‘링’을 중심으로 발전한다. 저자 또한 빈에 처음 간다면 이 링부터 한 바퀴 돌아야 한다고 추천한다.



저자 또한 이 링을 중심으로 나눈 구획으로 주제를 정하고, 그 구획 안에서 볼 수 있는 건물과 담긴 예술, 예술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예술 관련 건물들에 대한 사진이 실려 있는데, 빈의 뛰어난 건축술과 그 안에 담겨진 혹은 담아내는 예술작품의 세계적인 수준이 당장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감탄 외에 무엇을 더 하겠나. 도시 안에 내재된 예술의 경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예술의 문화도시는 당시 정치체제나 사회 관념에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들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간 신 예술파들의 등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빈의 시각을 담당했던 오토 바그너나 클림트의 무리들의 영향력이 지금의 빈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빈 필의 존재가 좀 약소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빈은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나라다. 다음은 클림트의 자리를 넘보았던 '에곤 실레'를 두고 저자가 한 말인데, 인상적이었다.



천재란 결별이며, 기존 것과의 결별 없는 천재는 있을 수 없다. (P. 269)



빈의 ‘커피’가 이렇게 대단한지 미처 몰랐다. ‘빈이 곧 카페’임을 절감하게 하는 그의 ‘카페소개’가 책에 중심부를 장악하면서 독자에게 포트에 물 올리게 하고 있다. 마지막은 음악가 베토벤의 지역과 화가 겸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지역을 다룸으로써 나의 사랑 모차르트님을 조금 서운하게 하고 있다.



딱딱하지 않은 문체에 흥미로운 소개들로 가득찬 이 도서는 그야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빈’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능력만 된다면야 이민도 고려해보고 싶은 예술로 꽉 찬 도시다. 아쉬움은 독서광의 나라 오스트리아인들이 찾는 대형 ‘서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 빈에서 책을 파는 곳들의 건축과 그 분위기도 알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빈의 현대예술들을 맛보게 해주고,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어 빈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책이다. 이 책만 들고 가도 빈에서 빈둥댈 일은 없는, 보는 것만으로도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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