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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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름 휴가철에 해변이나 워터파크로 몰려가는 이유가 있었다. 여성들은 몸매과시, 남성들은 몸매구경. 대놓고 자랑하고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는 최적이었다. 지금은 뭐, 굳이 쌩돈 쓰면서 몸매 구경하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하의실종패션이 장악한 서울의 패션거리들은 여성의 제모당한 각선미가 두루 넘치고 있고, 푹 파인 가슴골에 덥다고 부채질하며 지나다니는 여성들의 자신감이 뭇 남성들의 호기어린 눈빛을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철이 되면 서점가에도 ‘다이어트 신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여성의 몸 가꾸기 프로젝트’ 사업은 여름철 성수기를 지나 일 년 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예인들의 몸매나 화장, 그들의 패션이 여성들에게는 ‘교과서’가 되고 있다. TV 속에 장악된 여성들의 거울뉴런이 발전하여 ‘그들이 곧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뜻 모를 압박에 거하는 지금의 시대. 부추김에 혈안이 되어있는 여러 매체를 등지고 이런 책이 나오다니. 어이쿠야. 누가 알아 줄란가. 요즘 같은 세상에.



수지 오바크는 1946년 영국 런던 출생으로 10대에 임신을 하고 퇴학당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 30세에 런던 여성 치료센터를 열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10년동안 런던경제대학에서 방문교수로 강의했고,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폭식증을 치료해서 화제가 되었다. 저서로는 <단식투쟁><비만은 페미니즘의 주제다><섹스라는 불가능성><먹는 것에 관하여>등이 있다. 저자는 지금 시대의 몸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심각함을 말하고, 신체 불만족의 다양한 표현들을 알아보며 그 해법을 논하고자 이 책을 썼다.



먼저 사람의 몸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그 통로는 아가들을 관찰함으로써 시작된다. 아기와 관계 맺는 방법에 따라 발달에 물리적·정신적 환경이 된다. 특별히 저자는 ‘접촉’을 강조한다. 육체적 접촉이 사람에게는 근본적인 욕구이며, 유대감 형성과 심리적 안녕에 핵심적인 요소임을 말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몸은 마음에 귀속되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고, 문화와 양육환경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주장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론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몸을 언제나 마음에 포섭시켜서 마음의 하인이나 단역배우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신체적 고통의 기원을 늘 마음에서만 정확하고 충분하게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 신체적 증상은 몸이 몸 자체와 몸의 욕구들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몸이 그저 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이 더 도전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시작점이다. (p. 149)



지금의 패션, 화장, 성형수술, 다이어트 같은 것들에 사람들이 얼마나 종속된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현대인은 남보다 앞서려면 혹은 젊고 생생할 때는 괜찮지만 얼굴이 처지기 시작하면 당장 버림받는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정한 외모가 필요하다(p. 170)는 관념에 잡혀있다. 저자는 이것이 ‘시장에서 광고하는 생각’이라고 단언한다. 시장의 권유를 받아들이면 자신의 가치가 상승될 것이라고 믿는 잘못된 생각이 '유통되는 이미지'에 자신을 끼워 넣으려는 몸부림을 낳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몸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고 있다. 나는 이런 책이 아주 반갑고 절실했다. 몸만 인정받으면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이다. 젊음이라는 것이 소위 ‘몸짱’으로 대변되는 세상이 되었다. 마치 70대 할아버지도 식스팩만 박아놓으면 ‘청춘’이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이다. 현대인의 몸의 가치는 물질적 가치관에 의해 온전히 매도되고 있다.



몸을 몸으로서 보지 못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현 세태에게 경종을 울리는 제대로 된 책이다. 그리고 상술적인 의도로 이미지화된 몸에 대해 분별력을 키워주는 책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교육시켜야 될지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어, 어머니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인식하도록 도와 주며, 현대인의 지나친 몸 관리가 시대적·심리적으로 어떤 지경에 처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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