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연애법칙 61
Dr.굿윌 지음, 박금영 옮김 / 이젠미디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요새 하도 대작들을 많이 읽어댔더니, 머리도 피로하고 두꺼운 책 들고 있느라 팔도 많이 쑤셨다. 그래서 가볍고 통통 튀는 책을 하나 골라서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그리고 목적에 딱 맞는 책을 만났다. 연애비법서. 다 생긴대로 사귀면서 사는 거라 연애하려고 책을 뒤적거린다는 것이 자칫 타인의 비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겠다.



연애서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끔씩 “얘 왜이래? 원래 이래?” 혹은 “이런 식으로 계속 만나도 괜찮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은 아닐까. 상황별 남녀의 연애세포에 담긴 심리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전문가의 눈에라도 의지하고픈 마음. 보다보면 ‘놀고 있네’ 소리 절로 나는 시대지난 발언이나 덜떨어진 조언들도 있겠지만 감안하고 읽는 것이 또 요런 종류의 서적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생명공학분야의 박사이다. 실연을 극복하고자 여자들과 연애상담을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여기’란, 연애 조언서만 5권을 냈고, 또 이 책을 발간한 것이다. 인기 사이트 ‘연애전문닷컴’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책은 61가지의 연애심리와 기술을 담고 있지만,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아주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남자를 성욕에 지배되는 동물로 정의하고, 다 그 놈이 그놈이니까 ‘이 남자는 달라’같은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라고 조언한다. 남자의 연애심리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다. 남자의 편이 되라, 인정해줘라, 말할 때 리액션을 줘라 등의 이야기는 좀 식상하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밀고 당기기다. 이 책에서 여우가 되는 비결은 한 마디로 ‘밀당’에 있다. 손에 넣은 것을 잊어버리는 동물이기에 ‘넣었다’고 생각하지 않게끔 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연애를 하라는 것. 거리 조절, 완급조절이 연애의 성패인 것처럼 가장 중요시한다.

먼저 그 남자에게 자신이 ‘연애대상’인지를 알아야 하고, 만약 아니라면 ‘편한 친구’사이부터 공략해서 남자의 편이 되어있으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말한다. 아, 이런 방법은 그 짝사랑 지켜보는 친구들 입에서도 쉽게 나오는 소리다. 여우의 연애법칙이라 말할 수 없는 너무 안일한 조언 같다.



가장 어이없는 것은, 법칙 44에 ‘당신과 그를 주연으로 드라마 시나리오를 제작한다’ 편이다. 아. 모냐. 이건. 그와 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연결시켜가면서 가상현실로라도 재미보란 소리냐. 웬 3류 드라마 작가 합숙소에서나 나올법한 소리인지. 연애하는 법을 조언하는 건지 오타쿠 되는 법을 조언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본인들 정서에는 이런 방법이 맞나보다.



여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침묵’다. 침묵기를 잘 활용해서 목적을 달성할 줄 알아야 비로소 여우의 연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요즘의 ‘인스턴트 연애’에서 침묵을 써먹다가는 미련한 ‘곰의 연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오히려 밀기보다는 센스 있게 당기기가 더 고도의 테크닉이다.



어린 것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좀 낡았고, 연륜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좀 어설픈 면이 보이는 연애서다. 일반적으로 누구에게서든 ‘공략점’은 반드시 있다. 그것만 제대로 알아도 ‘연애 걸기’는 쉽다. 그리고 연애를 많이 하다보면 감각적으로 ‘밀당’의 테크닉은 늘 수밖에 없다. 너무 여러 사람 조언에 목매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 연애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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