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명의 백인 신부
짐 퍼커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에드워드 험프리의 <위대한 명연설>이란 책에 소개되었던 많은 명사 중에 기억에 오래 남았던 인물이 있다. 쇼니족 추장으로 당대 가장 위대한 미국 원주민 지도자였던 테쿰세. 그는 원주민의 영토권을 주장하며 미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싸웠고, 템스전투에 전사하였다.테쿰세의 연설들은 역사의 뒷길로 비참하게 사라진 그 시절 원주민들의 목소리와 그 사양과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우리 땅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간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명연설 中 p. 39>



『한때 이들 인디언은 행복한 종족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쳐들어오는 백인들 때문에 비참해졌습니다! 당신들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자신은 그 누구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에게는 당신들의 약속을 믿으라고 합니다. 그런 백인을 우리가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명연설 中 p. 40>



테쿰세의 원주민 저항시기를 타고 한 50년 이상 더 내려가면 이 소설의 배경시점이 된다. 그때까지 미국은 원주민에 대한 정책은커녕 눈초리도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 오히려 원주민세력의 더 극성스러운 압박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시절이다.



샤이엔족의 족장이 직접 워싱턴을 방문하여 천명의 백인 신부를 천 마리의 말과 바꾸자고 제안했다. 원주민들은 계속되는 전쟁과 질병으로 종족의 대가 끊일 위기를 두고 결연한 마음으로 왔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지만, 곧 기득권의 정치적인 이득을 챙기고자 정신병원이나 공장에 있는 우울한 인생들의 자발적 동의서를 받아 여러 가지 포장을 통해 긴 여정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메이 도드. 부잣집 처녀가 낮은 신분의 청년과 사랑에 빠져 동거하고 애 둘 낳고 살다가 어느 날 부모의 강력한 조처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원주민과 결혼이라는 이 제안을 받았을 때 그녀는 무조건적인 자유만을 갈망하며 두 번 생각하지 않았다. 기차에 올라 군대의 호송을 받는 중, 버크대위와 갑작스러운 사랑에 빠지고 여정의 마지막날밤 정을 통한다.



그리고 샤이엔족의 족장에게 발탁되어 그의 신부로 미개인의 생활에 동화되어 살아간다. 힘들고 역겨운 생활이지만 서서히 그 종족만의 특성과 문화를 존중할 수 있게 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사람을 죽이고 난 뒤의 시체처리 부분의 잔인성, 그것이다.



중간에 미국정부의 입장이 애매하게 돌아간다. 원주민 땅에서 엄청난 금광이 있다는 소문으로 그들을 다 몰아내려는 수작이 생기고 여기서 미국여성은 철저하게 원주민과 동일시된다.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미국여성이 해산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샤이엔족은 다른 부족을 침탈하고 그 부족 아기들의 오른손을 베어버린다. 그들의 잔혹성에 미국여성은 치를 떤다. 그리고 그 잔혹성이 저주를 내렸는지 모를 일이 일어난다. 미국의 큰 병력이 들이닥쳐서 샤이엔 부족을 쓸어버리는 일.



소설은 구성을 남다르게 했다. 훗날 여주인공의 자손이 그녀의 삶을 추적하여 일기를 얻게 되는 형식이다. 그래서 소설은 여주인공의 일기형식이 주를 이루고 초반부에 그녀의 지인에게 보내는 서간도 포함되어있다. 일기라는 형식상 아주 적나라하고 거침없는 휘지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몰입도를 가중시킨다.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다.



원주민의 삶과 그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시대에 원주민들이 처했던 미국과의 대치상황도 실제적으로 잘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남편이 족장으로서는 ‘테쿰세'를 연상케해서 더 흥미로웠고, 원주민 못지않는 특색 있는 캐릭터로 미국여성들을 그렸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유머가 판을 쳤다.



원주민이라고 하면 무식하고 더럽고 잔인하고 짐승 같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마치 부시맨의 포학함만을 생각하면 될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이런 면을 의도적으로 미화하지 않았기에 더 사실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원주민의 문화는 그저 미개할 뿐이고, 문명인이라는 우리의 문화는 다 우월성만 존재하느냐’는 물음에는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침을 놓고 싶어지게 했다.



인권과 자유는 마치 프랑스 국민들이 쟁취한 문명국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넘을 수 없는 장벽 같은 차별의 울타리를 쳐놓고 흑인노예를 부리는 인간들이 평등을 외치던 백인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역사의 펜대는 늘 백인들 손에 있었다는 점에서 원주민들의 고난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와 신앙을 찾아 피를 흘려가며 미국 땅으로 건너온 백인들이, 보다 안락한 정착을 위해 원주민들의 생명과 자유를 무참히 살해했다는 점은 그들 자신이야말로 가장 미개한 족속임을 역사 앞에 반증하는 일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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