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건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력이 없어도 하등 상관없이 우두머리가 되는 분야도 많이 있다. 그걸 타고났다고 한다. 물론 그 타고남 이상의 무엇을 누리려면 그 또한 거기부터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그냥 타고난 것만 잘 이용해도 아무 어려움 없이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킬러. 그들도 물론 킬러로서 전문적인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잠입기술, 상황판단능력, 사격, 시체처리, 만일의 사태 대비 등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런데 그 킬러들 위에 있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누굴까. 돈 많은 인간은 아니다. 바로 절대적인 두뇌와 감각을 가진 인물이다.
 
이 책에서 그런 인물이 나온다. 중학생 소년 왕자. 그는 그냥 타고난 머리를 지녔다. 어른을 상대해서 완벽한 우위를 점할 만큼. 그는 미네기시를 염탐하러 가는 길에 동행자로 기무라를 선택한다. 그는 왕자를 죽이려고 열차에 탔지만, 오히려 그에게 아들을 볼모잡히면서 기차에 발이 묶인다. 그리고 미네기시의 아들을 납치에서 구해내고 돈다발이 든 트렁크와 함께 신칸센 열차에 탄 킬러콤비 밀감과 레몬. 그리고 그 트렁크를 중간에 빼돌려서 내리라는 명을 받은 나나오. 그렇게 다섯 사람이 중심이 되어 열차안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이 터진다. 갑자기 미네기시 아들이 죽고, 트렁크가 사라진다. 당연히 가방은 나나오가 빼돌렸지만, 아들은 왜 죽었을까. 나나오는 가방을 숨겼지만, 잠시 후 가보니 가방은 없어졌다. 서로의 정보를 감추고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그리고 영악한 아이 왕자가 펼치는 잔인한 전개. 종국에는 조금 엉뚱하다싶은 결말로 치닫지만, 그것 또한 일본 미스터리소설 특유의 개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제목에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작가는 마지막부분에서야 이 작품의 제목을 설명하고 있다. 무당벌레가 영어로 lady beetle(bug)인데, 그 빨간 날개에 있는 점은 슬픔을 의미하고, 마리아님의 슬픔을 등에 지고 날아간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책에 마리아가 있고, 무당벌레가 있다. 그리고 죽음이 빈번하지만 마리아와 무당벌레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은 무당벌레에게 온갖 불행요소를 배치하고 있다. 코믹스럽게.
 
이 소설의 특징은 뭔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심리를 직접적으로 많이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왕자와 기무라의 대화, 즉 어린 아이가 어른을 지배해 가면서 보여주는 내면심리의 우월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뤄지는 언급이 많았다. 독자로서 거저 얻어가는 부분이었다.
 
그런 점이 대부분의 통치자가 가진 특기다. () 사람들이 그때 거기서 내렸어야 했어라며 후회할 때는 이미 늦는다. 학살이든 전쟁이든,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법 개정이든, 그 대부분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그렇게 되어 있는것이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저항했을 텐데하는 식이다. (p. 273)
 
레몬에 비하면 밀감은 머리가 좋고 내면도 충실한 것처럼 여겨졌다. 내면의 충실함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상상력이 단련되면 타인에게 공감하는 힘이 강해진다. 다시 말해 그만큼 나약해진다. 그런 만큼 레몬보다도 밀감을 조종하기가 더 쉽다. 그렇다면 난 아마 지지 않겠지, 하고 왕자는 생각했다. (p. 489)
 
소재부터 전개, 인물의 캐릭터까지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였다. 또한 아무리 악의 화신으로 자라나 아이들은 물론이요, 어른들도 가지고 놀아 단번에 해치워버리는 머리 좋은 아이라도 또한 노인의 통찰과 간파, 그리고 세월이 쌓아낸 내공과 처세기술에는 당해낼 수 없다는 보여준다. 한 낮의 열차 안에서 이루어진 스펙터클한 킬러들의 두뇌싸움. 이 여름에 아주 시원한 책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