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찰리 피스풀 개암 청소년 문학 11
마이클 모퍼고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베벌리 나이두의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라는 작품은 청소년문학이자 역사고발소설이다. 세계2차대전 당시 케냐에 영국의 비상령이 선포되고 케냐인들은 억울하게 억압과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 소년의 시각으로 돌려서 그려내지만, 영국의 범법행위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아내려는 취지로 독자에게 강력하게 호소하는 소설이었다. ‘굿바이 찰리 피스풀이라는 소설 또한 당시 불의를 일삼던 영국정부에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자 하는 저자의 움직임이다.

 

저자는 마이클 모퍼고. 1943년 영국 하트버드셔 주 출생. 지금까지 백여 편의 작품을 썼고,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작품으로는 <켄즈케 왕국><모차르트를 위한 질문><조시><마음이 머무는 곳>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요대상으로 작품을 많이 썼다. 또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공경희 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대령의 소유지에서 일을 하며 사는 단란한 가족. 아버지는 주인공 토모를 구하려다가 사고로 죽고, 어머니, 정신지체가 있는 큰형 빅조, 작은 형 찰리가 함께 근근히 살아간다.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몰리도 집에 자주 놀러온다. 토모와 찰리, 몰리는 삼총사가 된다. 대령과 왕고모는 주인공의 가족을 못살게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토모와 찰리는 동시에 몰리를 사랑하지만, 몰리는 찰리의 차지가 된다.

 

그런 상심에 젖을 새도 없이 전쟁은 터지고 토모는 입대연령이 아님에도 형과 같이 있기 위해 자원입대한다. 전쟁이라는 새로운 막에 접어든 소설은 그 참혹함속에서의 형제애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형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상사에게 불복종한다. 중요한 것은 그 반기가 상식상 정당한 일이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허식으로 끝난 군사재판에서 처형을 선고받는다.

 

 저자는 바로 이 점, 당시 영국정부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인도 선임되지 않았고, 증인을 소환하여 주지도 않았다. 변명은 통하지 않았고, 재판은 길어야 20분이었다. 국가의 존폐위기 속에서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징집된 어린 군인의 생명을 함부로 총살시켰다. 이유는 탈영이나 새벽에 초소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 한마디로 전투신경증을 앓던 자들에 대한 처형이었다.

 

나는 또 다른 한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군대에 가면 미친놈이 많다. 군대라는 조직 자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군인도 있겠고, 그 조직체계가 가진 비열한 맛에 물들어 세월 때워 얻은 자신의 지위를 상스럽게 남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80년대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늙기만을 기다렸다 복수하듯이, 군인도 줄 하나 더 가기를 기다렸다가 신병 오면 자신이 당한 엿 먹음을 앙갚음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니 까라는 까는 구조에서는 돼먹지 않은 상사가 득실댈 수밖에 없고, 이 소설의 찰리 피스풀도 그런 거지발싸개같은 상사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해병대 자살, 총기사고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면서 군대의 자체개혁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의경이나 육군에서도 자살을 비롯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으며, 상담을 요하는 병사도 많고 영창에 들어간 병사도 많다. 휴전 6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군대에 들어오는 청년들의 정신력은 많이 허약해져있고, 신병으로나마 전쟁을 겪어온 윗선 장관급들은 현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런 부실함이 토대가 되어 자꾸만 군대 안에서 죽음을 불러온다. 총살이 사라진 지금, 총기난사사고는 또 어떻게 해결할지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에 병사의 생사가 달려있다.

 

 공산주의는 죽음을 본보기로 삼는데 익숙해져 있다. 다른 이들의 정신력 단결을 위해 체제에 반하는 인물은 사살이 당연시된다. 하나의 생명보다 사상의 유지가 더 중요한 체제이다. 이와는 다르게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생명의 존엄성이 기본적인 권리이며, 국가는 자국민과 영토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사명을 띤다. 그 국방에 동원되어야 하는 숙명적인 기초도구가 군사라면, 국가는 군대의 시스템과 결속력 강화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개선노력이 있어야 한다. 일반 세균의 230배나 검출되는 식수를 먹이면서 말만 앞서지 않고.

 

이 소설은 국가와 전쟁,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군인들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었다. 국가지도자들 간의 이권 다툼에 괜한 생명들의 희생만 요구된 이런 전쟁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쟁이라는 위협 속에 늘 상비군을 가동하는 체제에서 생각해 봐야 할 요소, 그리고 시기적으로 들어맞는 군대가 가진 시스템적인 문제 그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지나치지 못하는 생각들로 가득 찼던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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