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스 오브 디셉션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1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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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책을 보다보면, 가끔 그런 작품을 만난다. ‘왜 얘가 주인공이야? 나 같으면 차라리 쟤를 주인공으로 쓰겠다.’ 싶은 작품.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이나 비중을 따지는 게 아니다. 조연의 인생이 주연의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연으로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매력적인 캐릭터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을 보자면, 주연 다발이었다. 조명되지 않은 인생사가 궁금한 조연들이 넘치는 소설, 룰스 오브 디셉션이다.



주연은 이렇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외과의사 조나단, 그의 아내 엠마. 엠마의 친구 시몬느. 정보분석보안국 국장(그냥 경찰이라 생각하자) 폰 다니켄. 그리고 킬러 ‘고스트’. 나는 이 킬러가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실제로 중반부까지 이 킬러의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게 웬일. 이 인생에게 주어진 너무 허무한 결말은 작가를 향해 ‘이게 뭐요! 얘도 킬러의 자존심이 있지!!’를 외치게 한다.



알프스에 올라가던 중 엠마가 큰 사고를 당한다. 조나단이 구조대를 부르러 내려간 사이 엠마는 크레바스에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엠마에게 온 우편물의 정체를 쫓아가면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바로 이 음모는 윗대가리들의 권력다툼이었고, 엄청난 배후가 숨어서 조종하고 있었다. 조나단은 경찰에게 쫓기고, 킬러에게 쫓기면서 아내의 정체를 알게 된다. 아내는 이 음모에 가담하여 완벽히 이중생활을 한 요원이었다. 시몬느는 또 어떻고.



결부가 많아 어지럽기는 했어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엮어지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가 빠르다. 내가 봤던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것은, 장면 전환과 커팅이 심하다. 스릴러 소설에서 그런 면이 매력적인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단번에 주욱 읽힌다. 과연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빈스 플린의 말을 실감케 한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팩트의 결합이 많아서 놀라웠다. 저자는 ‘당시 나는 정보 분야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워싱턴과 해외에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었고, 그 가운데는 정부 최고위직에 있는 외교관 스파이 군인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관련인을 많이 안다 해도 이런 정도로 소설을 구상하여 전개해 내는 것은 단연 놀랍기만 하다.



그야말로 상상초월인 작품이다. 국제스릴러작가협회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패트리어츠 미사일’도 읽어야 겠고, 현재 번역중인 2원 ‘룰스 오브 벤전스’와 3권 ‘룰스 오브 비트레이얼’도 출시되자마자 집어야겠다. 이 책 한권은 작가의 열렬한 팬이 되도록 운을 띄우고 있고,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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