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위베르 리브스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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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는 어떤 이야기 속에서도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바보와 일반으로 무시와 조롱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육십 평생 산골짜기에서만 살아온 노인네와 명문대 철학과 교수로 30년을 지낸 노인네가 인생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주제로 대화한다면 화자와 청자가 따로 있을까. 인생이라는 보다 큰 주제를 잡고서는, 우물 안이고 밖이고 괘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라는 종족을 단번에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버리는 소재는 많다. ‘우주’. 전 인류의 생애를 몽땅 바쳐도 다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단어이다. 이 책에서는 우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위베르 리브,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천체물리학자로 소개되고 있다. 그가 손녀와 나눈 대화를 문답식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손녀가 꽤나 똘망똘망하다. 위베르와의 대화에서 많은 질문을 끌어내고 있으며, 어려운 개념에 대한 이해력도 수준급이니 말이다. 이런 할아버지를 만나서 그의 전공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커나가는 손녀가 참 부럽지 그지없다. 손녀와의 대화는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녀의 질문이 또래의 호기심을 연계하는 물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책은 우주와 관련된 많은 개념들을 소개한다. 아주 기초적인 과학지식부터 차근히 풀어 나간다. 원자, , 태양, 우주, 생명, , 자연 등의 나이, 구조, 탄생 법칙, 운행 원리, 추정 근거 등에 대해서 자세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다. 문답의 형식으로 짧게 짧게 끊어지므로 지루하지도 않고, 흥미를 유발하는 데도 소녀의 문투가 큰 역할을 한다. 블랙홀이 구멍이 아닌 특이한 별들이라는 설명과 암흑물질이 우주 물질 전체의 24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기존 과학지식을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가르쳐준다. 인류의 발전이 이토록 방대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 내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함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저자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이 있다. ‘확실하지 않는, 해결되지 않는, 알 수 없는부분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 인간들은 우리가 아는 것으로부터 논리를 이끌어내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야! ()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떤 이론은 범위가 정해진 일정한 시간 내, 그리고 인간의 범위 안에서만 설득력이 있다는 걸 명심하렴. 새로운 생각이나 이론이 나타났을 때는 거기에 맞출 줄도 알아야 한단다. (p. 140)
 
원자학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수수께끼를 아직도 다 풀지 못했지. 현실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야. (p. 141)
 
치열한 삶에 치여 하늘 한 번 올려다보기 힘든 현대인에게는, 지구 밖 세상을 연구한답시고 천도를 분석해 망원경이나 들여다보고 탄성이나 내뱉는 천체물리학자의 삶이 이상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가 갈 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는 그것을 이해하고자 겪어야 되는 수많은 좌절감 또한 그 학문 속에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할아버지를 만나서 한 뼘 자라나는 시간이 되었다. 무한한 우주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 근원과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먼 여행을 해서 얻은 수확만큼이나 큰 사유의 줄기를 얻은 듯하다. 우주의 먼지로 태어난 인간, 머지않아 지구의 거름이 될 인생. 크게 미련두지 않고 멋지게 살아가는 일이 남은 것 같다. 노인이 되었을 때 어린 아이 앉혀놓고 예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저자와 같은 삶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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