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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안소현 옮김 / 파이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철학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동시대를 지날 수 있다면, 그들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가진 이 깊은 시름에 어떤 가르침을 줄 것인가. 문제를 아뢰면 특유의 혜안을 제시하는 고전시대 철학자들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시대성에 부합한 질문들에 답을 주러 온 하이데거부터 칸트, 플라톤, 마르크스, 니체까지 이 철학의 명사들을 한 권에서 만난다는 희소적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오가와 히토시. 1970년 교토 출생. 교토대학교 법학부 졸업. 시청공무원으로 일하며 나고야시립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도쿠야마 공업 고등 전문학교 준교수로 있으며 철학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청 직원 오가와 히토시가 철학자로 변신한 원동력><‘철학 두뇌’로 일하는 기술>등이 있다.
저자를 포함하여 총 14명의 철학자를 만날 수 있다. ‘철학의 교실’이라는 타이틀답게 5명의 등장인물 - 다나카 고이치, 간바야시 미키, 가와구치 쇼타, 히라타 이사무, 다니 나오코 - 이 교실에 앉아있고, 들어오는 철학강사가 하나의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딱딱한 수업의 형식이 아닌 문답이나 의견교환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철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제들을 선별했다. 일반인들이 주로 고민하고, 풀리지 않는 숙제같이 떠안고 있었던 질문들을 해당 교사인 위대한 철학자가 등장하여 그가 가진 철학사상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공통부모라고 한다면, 저자가 공공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모든 철학자의 사상에서 타인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사회에서 갖추어야 하는 배려에 대한 강조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여러 철학자들의 다양성을 만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그 철학자들의 중심사상만 살짝 가져와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첨부했다고 보는 게 맞다. 자국의 시대 상황을 고전철학자들의 입을 통해 언급하는 것부터가 책이 가진 컨셉의 진정성을 떨어뜨린다. 시대를 다룬 주제 때문에 서론 분량도 있어야 하고 철학으로 옮겨와서 지식을 설명하다가 다시 주제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으로 끝맺어야 하기 때문에 책의 호흡이 너무 바쁘다.
일반인에게 읽히기 쉬운 철학교양서로는 탁월한 면이 있다. 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철학을 가르치는 교실이기 때문에 비교적 전문적인 철학지식이 깃들어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식선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8장에 ‘연애’를 주제로 한 플라톤의 강연이다. 철학적 지식으로는 ‘이데아’ 이론을 설명한다. 그러나 내용은 결혼생활, 가정과 사회에 대한 부분이 전부였지, 연애라는 단어조차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전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한 많은 철학자들의 교실을 연달아 다루면서도 제일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강연을 집어넣었다는 점이 재밌다.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을 철학의 관문으로 넘어가게 한 점이 참 인상 깊었다. 개인의 일상과 밀착된 철학적 사고를 길러내는 데는 좋은 영향을 발휘할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