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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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금은 거창하고 고차원적인 단어다. 추구할만한 아주 큰 가치인 것은 인류의 역사가 피 흘림으로 증명하였다. 후대가 누리고 있는 이 거시적 자유 안에서, 우리는 아직도 자유다운 자유를 갈망하고, 개인의 사적이고 섬세한 희열을 누리기 위해 자유라는 방패를 쓴다. ‘벗어나는 길만이 자유는 아니다. 그럼에도 자유가 주는 해방감은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탈착해 낼 때 느끼는 공허함을 포장하기 위한 자위의 수단으로 쓰인다.
 
이 책에서도 인물들이 느끼는 속된 감정을 자유라는 것에 기댄다. 권리에 수반하는 의무도, 상대에 대한 무책임도 자유에 맡긴다. 그래서 자유라는 것이 이 책 전반에 아주 깊숙이 녹아있고, 저자는 쉽게 자유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읽으면서 자유라는 의미가 크게 와 닿거나 깊숙이 침투하지 않는다. 그저 자유라 말하기에는 너무 방대했고 뭔가가 아쉬웠다.
 
저자는 조너선 프랜즌. 1959년 미국 일리노이 출생. 1988<스물일곱 번째 도시>를 출간했고, 와이팅 작가상을 받았다. 외에 <강진동><인생수정>이 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쓰지는 않았는데, 1996년 그란타에서 선정한 미국 문단을 이끌 최고의 젊은 작가 20에 들었고, 1999년 뉴요커에서 발표한 ‘40세 미만 최고의 젊은 작가 20에 선정되었다. <인생수정>으로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문학상, 임팩더블린 문학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소설은 걸출한 작품들만 내놓는 자기검열이 철저한 인기작가가 쓴 또 한 번의 화제작이다.
 
대학시절 만난 패티와 월터가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산다. 월터의 끈질긴 구애가 있었다. 월터에게는 리처드라는 록밴드보컬에 여성편력이 심한 친구가 있고, 패티는 원래 이 남자를 좋아했다. 중년의 그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이것을 안 월터가 패티를 내쫓고 젊은 여자와 여행을 다니며 자신을 치유하려 하지만 끝내 어쩔 수 없이 아내를 다시 받아주게 되는 스토리. 패티와 월터의 모난 아들 조이와 옆집 여자애였던 코니의 끈질긴 사랑이야기도 있다.
 
구성은 패티의 자서전 형식을 필두로 하여 패티가 모든 이야기를 3인칭으로 끌어가는 양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그것은 중간에 놓인 중심적 이야기는 전지적시점이기에 패티의 문체는 아니고, 저자가 엿보이는 두서없는 문투를 가리기 위한 정서적 장치로 보인다. 번역의 수준이 들쑥날쑥하다. 대화체는 그럴 듯한데, 문체 전반은 너무 직역에 의존하여 맥을 끊어놓고 몰입을 방해한다. ‘옮긴이의 글에서 역자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의도된 글쓰기였다는 것을 결코 몰랐을 듯.
 
제나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이의 거지같은 독립기념일 얘기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세상은 불공평하고 앞으로도 불공평할 것이며, 언제나 큰 승자와 큰 패자로 나뉘고, 덧없이 짧은 인생에서 자기는 승자가 되고 싶고, 승자들한테 둘러싸여 살고 싶다고 말하며 조이를 위로했다. (p. 529)
 
인물을 소개하기 위한 배경으로 과거사를 선택하고 있기에 많은 분량을 거기에 소진한다. ‘관계보다 오히려 인물색에 치중한 듯 보이는 전개는 중심인물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알게 하는 도구로서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 인물을 이해할 수 있기에 사건의 발단과 취하는 행동의 특이점을 넘어가게 한다. 사실 그러함에도 저자가 그리는 인물간의 구도는 너무 질척이고 상식선에서 거슬리는 면이 있다.  


정치적, 사회적, 환경적인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나 현재 세계가 떠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전쟁과 관련하여 형성된 부시정부를 향한 시각부터 지금 미국이 가진 정치적 성향과 사회적 정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결말이 좀 아쉽다. 자유에 대한 더 확고하고 진한 메시지를 기대했던 탓일까. 어느 딱한 부부의 사랑과 자기연민, 지금의 젊은이들의 열병과 결핍에 더 많은 감정 편중이 있었다. 간단한 듯 보이나 쉽지 않고, 결코 쉽게 해석해 들어갈 수 없는 방대한 이야기였다. 한 가정을 다루는 데에도 이렇게나 많은 감정이 소모될 줄이야. 자유가 놓인 정답 없는 길에서 방황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독자의 정서를 이렇게나 헤매게 만드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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