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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에린의 비밀 블로그
데니즈 베가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블로그를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비공개 카테고리가 있고, 재미삼아 만든 비밀 일기장 같은 것이 존재하며, 전체 공개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몇 개 되지도 않는다. 무심코 공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파장이 있기 때문이다. 한참 숨기고 싶은 게 많을 사춘기의 소녀, 그녀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버린 이야기, 그러고도 자신의 부끄러움보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다른 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를 만나는 책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데니즈 베가. 1962년 시애틀 출생이다. 어릴 때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열두 살 때 직접 쓰고 그린 <피터 래빗의 게으름>이라는 책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고. 저서로는 <할머니, 천사가 왔나요?><접근 금지>등이 있다. 이 책은 뉴욕공공도서관 청소년추천도서, 콜로라도 도서상 청소년도서 부분 수상, VOYA(Voice of Youth Advocates) 선정 최우수청소년도서에 선정되었다.
주인공은 에린이고, 중심소재는 비밀블로그이다. 에린은 질리라는 소꿉친구와 절친하다. 질리는 관계의 우위를 독점하여 에린을 움직인다. 질리가 원하는 대로만 해줘야 우정이 지속되기에 에린은 모든 걸 감수하고 질리의 뜻을 따른다. 같은 중학교를 들어가지만, 반이 갈리고 갈등이 시작된다. 질리 외에는 다른 친구도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이 소녀는 처음에는 질리의 빈자리에 적응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질리의 꼭두각시라는 별명을 얻고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학교 홈페이지 작업을 위해 컴퓨터반에 들어가게 되고, 마크와 로지, 타일러를 만나면서 새로운 우정을 쌓는다. 세리나는 늘 에린을 괴롭힌다. 블로그에는 학교에서 에린이 겪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 뿐만 아니라 오빠의 사생활까지도 적는다. 마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세리나에 대한 분노와 질리에 대한 질투심 등.
컴퓨터반에서 만든 홈페이지를 공개하는 날, 에린의 실수로 블로그가 담긴 씨디가 올라가고 전교생에게 그 비밀블로그가 공개되어 매일 회자된다. 그 블로그로 그들의 친구 모두가 상처를 받는다. 에린은 즉각 그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샌드위치맨 광고판’까지 입고 다니면서 말이다.
소설전반에 걸쳐 문화적으로 좀 이질감이 느껴진다. 학교 내의 정서,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너무 의연하며 대처능력이 뛰어난 소녀라는 것. 남자애에 대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블로그에 쓰고, 그것을 또 씨디에 저장한다는 것. 학교 경비아저씨가 막대사탕 여부를 물어가며 스치듯 한마디 하며 신경 써 준다는 설정같은 것들이 말이다.
이 소설이 저자의 첫 소설이라 그런지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이 보인다. 청소년도서수상작임에도 아이들의 심리를 다뤘다기보다 이야기 전개에 치중한 듯하다. 그렇다고 전개가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데. 주인공에게서 나이답지 않게 너무 아동적인 모습들이 섞이어 있어 혼란스럽다. 관계회복을 위해 사춘기소녀가 자기 마음과 비밀이 다 까발려져 있는 패닉 상태에서 '나 좀 보쇼'하는 샌드위치맨 광고판을 입는다는 설정, 제아무리 이리저리 날뛰는 망아지새끼같은 말괄량이 삐삐일지라도 부끄러움은 있어야지.
그 상태에서 부모가 딸에게 학교에서 가서 아무 대책도 없이 무조건 부딪치라고 종용하는 일도, 용서받기 위해 지치지 않고 달려드는 주인공의 정서도. 그렇게 흘러가는 주인공의 심리적 행위는 독자의 특수한 이해가 필요치 않고, ‘그냥 그런 앤가 보다’ 해야 하는 것이니 지금의 사춘기소녀들을 보고 있는 나로선 쉽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정서가 아주 깨끗하다. 특별히 모난 구석 없이, 못하는 것도 없다. 그 싫어하는 연극도 일부러 다 틀리게 오디션을 봤는데도 옥수수낟알 역할을 꿰찼으니 말이다. 질리의 그늘에서 스스로 자각을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보내면서 얻은 경험의 결과는 ‘주인공이 얼마나 똑똑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서 ‘자기 사람을 얻어낸’ 그녀의 용기는 지금의 어른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상대가 응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용서를 비는 그 순수함, 그것은 정말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