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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ㅣ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갤러리는 가는 곳마다 건물에서부터 풍기는 그 분위기와 이미지가 다 제각각이다. 작품 전시에 있어서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인터뷰가 담긴 안내책자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고, 그저 작가 이름밖에 모르고 봐야 하는 전시장도 있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기도 않지만, 알려주니까 보기도 한다. 기반지식이 많을수록 작품 하나에서도 봐야 할 것과 보이는 것이 늘어나고, 작가의 세계에 대한 흥미도 남다르게 된다. 갤러리에 머무르는 시간은 전시에 대한 정보의 양에 비례하더라.
저자는 장 프랑수아 세뇨. 프랑스 주요 주간지 <파리 마치>의 문화부장 겸 편집부국장. 오랜 기간 이 책을 구상해온 그는 집필하기 전 여러 차례 취재 여행을 떠나 현장을 돌아보고, 여러 명의 미술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저서로는 <마지막 열차><남극의 추격자><하나의 꿈을 위한 열 마리의 개>등이 있다. 저자가 프랑스인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프랑스미술계의 거장들이 보다 많이 소개되어있다. 하기야 그 시절 예술계에 프랑스를 빼놓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마는.
총 13명의 화가의 생애와 그 작품을 소개한 책이다. 목차에 든 주인공들을 나열해 본다. 프락시텔레스, 히에로니무스 보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카라바조, 프란시스코 고야,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한 판 메이헤른 이 그들이다. 미술에 문외한들이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유명한 이들이 많이 보이니, 미술을 좀 안다 하는 이들은 어찌 아니 가슴 설레겠는가.
이런 책이 전공자나 흥미가진 이들이 아닌 일반인에게 재밌을 수 있을까. 몇 장 넘기다 보면 그림이나 훑고 덮어버리는 것이 속 편한 많은 미술관련서적들. 그래서 이 책은 제대로 일반 독자를 노린 듯하다. 뻔하게 흐르지 않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화가의 이름을 주제로 정했다면, ‘그 화가가 몇 년 몇 날에 어디에서 태어나서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어디서 그림을 공부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뭐가 있고’ 하는 식으로 흐를 것인데, 이 책은 화가마다의 포커스를 달리하여 이야기구조로 다루고 있다. 제목이 ‘명작 스캔들’인만큼 진짜 스캔들 위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방향성이나 전개형식을 띠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개가 훨씬 흥미롭다. 작품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감상적인 면 보다는 그 그림을 그릴 당시의 화가의 상황, 상태, 마음 등을 더 정갈하게 소개한다. 화가와 작품, 두 가지의 균형이 적절하고, 작품마다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그것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충분히 훌륭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최후의 심판’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대게재하며 작품설명과 작가의 예술세계 전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파트에서는 그의 모든 작품은 제외되고, 오직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라진 모나리자에 관한 대형스캔들을 자세히 조명하고 있다. 또 폴 세잔파트에서는 작품은 없고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내밀어 소개하고 만다.
이렇게 알아가는 거장들의 이야기와 작품이 너무 재밌었다. 일반인들에게 큰 예술적 양식이 되리라 생각한다. 생소한 문화적 언어에 대한 주석도 아주 꼼꼼하고 훌륭하다. 무엇보다 실린 거장들의 작품들이 아주 훌륭한 감상이 된다. 그런 거장의 작품을 볼 때 무엇들을 봐야 하고, 어디에서 잡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급감각을 길러준다. 그들의 예술적인 깊이를 더 가까이에서 만난 것 같아 흥이 나게 읽었다. 이런 책이라면 더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화가의 목록이 생겨버린다. 역사적인 거장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배가 부르다. 명인의 명작, 그 풍부한 감성에 푹 잠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