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을 하면 사람이 이토록 바보가 되는 걸까. 늘 감정보다 이성이 살아있는 나는 이 소설을 이해하기에는 사랑이란 것에 한참 어리다고 본다. 그러니 나는 지극히 이성적으로 이 소설이 말하는 사랑을 대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기대했다. 애가 끓어 절절한 눈물만 나는 아픔으로써의 사랑을 그리지 않았을까 하여. 더구나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사제지간이라는 벽이 존재하기에.
 
지은이는 피에르 뒤셴. 이름 외에 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어째서일까? 개인적으로 검색한 결과 다른 저서로는 <사랑을 위해 죽다><나 지금 죽어도 좋아><사랑에서 영원으로>등이 있다.
 
남자주인공은 18살의 학생 제라르, 그리고 그 학교 철학 선생은 31살 된 여교사 다니엘이다. 제라르는 선생을 처음 본 순간부터 특별한 감정에 휩싸이고, 같은 정치적 성향으로 만나 ‘5월혁명에 가담하기도 한다. 부상당한 다니엘을 업고 그녀의 집으로 간 제라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백한다. 여기서 다니엘은 기다렸다는 듯이그의 고백을 받고 바로 그들의 연애는 시작된다.
 
여기서 생각하는 건, 여자가 한 번의 결혼실패와 두 아이를 혼자 기르며 독립심을 가지고 교사자격증까지 어렵게 가졌는데, 제자가 뿌린 유혹에 이리도 쉽게, 단번에, 생각할 시간도 갖지 않고 경솔하게 사랑을 시작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만한 교양과 인생경험이라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파장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이 소설에서는 그들의 사랑이 파장을 불러오는 것 자체, 그것이 통용되지 못하는, 그들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그저 한낱 가십거리로 치부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의 감정이 소중해도 법과 질서와 통념이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그것, 그 시절에서는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것이었다면 좀 더 생각해 봐야 했다. 그들의 사랑을? 아니, 그들이 사랑방식을.
 
제라르는 부모의 반대로 인해 강제전학을 갔고, 거기서도 다니엘을 만나 동굴로 숨어버리자 여자는 재판에 회부되고, 아이는 정신병원으로 처넣어진다. 둘 다 많은 고통을 겪어가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요구와 타협하지 않는다. 결국 할아버지 집으로 옮겨지고 여자는 교도소에서 살게 된다. 겨우 가석방을 당한 그녀가 자살하는 것으로 마감되는 스토리.
 
왜 더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좀 기다릴 수 없었을까. 사랑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세상에 보조 좀 맞춰준다고 그 사랑이 달아날 것도 아니었다. 앞에서는 예예하면서 세상을 기만하고 몰래 잠깐씩 사랑해도 되는 것을 굳이 집에까지 들어가서 그렇게까지 사랑의 회포를 풀었어야 했나. 그 부모의 상식도 좀 인정해 주면서, 아들을 향한 기대도 좀 충족시켜주면서 사랑해도 평생을 할 수 있는 사랑이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무모하게만 움직였는지.. 그런 점이 참 안타까웠다.
 
청소년 문학같은 전개다. 문체가, 필력이 이런 사랑을 논하기에는 너무 장황하다. 대화체만으로도 느껴지는 감정과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니 지루하게 흘러간다. 감정보다 많은 것을 글로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1권에서의 전개는 너무 교과서 설명 같아서 좀 아쉽다. 소재가 실화이다 보니 첨가해서 붙일 극적 구성보다는 핵심요소 전달에만 치우쳐 있어서 소설로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다. 차라리 더 압축적인 단편적으로 해석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생각보다는 아프지 않는 사랑이다. 왜냐하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저 까르페디엠식으로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값어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그들의 불꽃같은 연애가 실화였다는 점에, 책장을 덮는 독자의 마음이 조금 아프기는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