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학 오디세이 - 유럽문학을 읽다!! 고전에서 현대작품까지
김정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은 번역이 중요하다. ‘한 끝’에서 문학의 질적 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들은 출판사의 명성을 따지고 역자의 수준까지 고려하여 책을 고른다. 근래에 들어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인기가 다시금 빛을 보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같은 출판사의 전집이라도 책마다 평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번역이다. 이제는 번역가들이 작가들만큼이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고전을 읽는 지성인들의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기는커녕 저자의 작품에 먹칠하는 기록으로밖에 남을 수 없게 된다고 본다. 더구나 ‘유럽문학 오디세이’같은 책이 나와서 고전에 대한 독자의 지식과 기대감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시대라고 한다면 말이다.



저자는 김정자.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일문학을 전공했다.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수학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고,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 독일 언어문학회 회장, 그리고 목포대학교에서 어학연구소장과 교양과정부장을 역임했고, 1981년부터 목포대학교 독일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독어독문학계의 어른이다. 저서로도 독일문학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집필했고, 특히 괴테의 문학연구에 많은 시간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책은 총 10가지의 구획으로 나뉜다. 유럽문학의 시대별 사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한 주제 아래 3~4개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독일문학에 능통하기 때문에, 문학 선정이나 그 이해가 독일문학 쪽에 편중되는 기운이 있다. 고대, 중세, 근대로 시대별 대표작들을 소개한 뒤, 문학적 사상과 정서가 묶이는 작가들로 분류하여 현대 문학가들의 작품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다.



문학적 의의와 특징, 작가에 대한 자세한 소개, 문학이 가진 위치와 영향력 등이 소개되고, 대표 서적의 줄거리가 요약된다. 객관적인 면에서 잘 된 요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부한 느낌은 피할 수 없는데, 마치 문학 강의실에 와 있는 듯하다. 교과서적인 정의와 그렇고 그런 단어조합들, 문학에 대한 깊이는 있으나, 창의적이고 신선한 시각은 없다. 독자는 분명, 저자가 공부를 많이 한 오래된 지식인이라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학이 가진 독특한 배경지식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독일문학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많은 지적 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가르침은 그 문학마다에서 작가가 가리키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었고, 좋은 문학을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작품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뽑아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는 문학도 있었고,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줄거리요약이 필요 없는 도서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책이 주는 문학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와의 소통, 그 문학으로 인한 교감,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 그리고 또 다른 문학으로의 도전을 꿈꾸게 한다는 것. 좋은 유럽문학 한 권을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한지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훌륭한 문학 지침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