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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물리 여행
최준곤 지음 / 이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호기심이 많은 어린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왜요?’를 반복한다. 원리를 파고드는 성질이란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을 위해 장려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 질문이 원초적인 현상에까지 도달하면 답을 말해주기란 여간 까다로울뿐더러 어떨 땐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질문인지라 난감하기 그지없다. 가령 ‘지구는 왜 태양을 돌고 있는 것인가’혹은 ‘생명은 왜 호흡을 통해 존재를 유지 하는가’같은 질문들이다. 여기서 과학적 원리 설명이 아닌 ‘왜’라는 근본적 질문에는 답을 제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 범접할 수 있는 호기심이라는 것도 참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았을 때 나는 과학이 참 인간적인 분야라고 생각했다. 호이겐스의 구면 파동 원리 - 파동이 전달될 때 각 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구면 파동의 형로 퍼져나가는 원리 - 나 페르마의 원리의 설명에서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거두라고 말한다. ‘그냥’이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자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진리’라는 것이다.
원리는 무조건 옳은 부분이니까 호기심 근절하고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은, 뭐든 파내서 뜯어고치고 근간의 틀을 깨버릴 만한 획기적인 발견에 목을 매는 과학자적 근성(?)에 금을 긋는 가르침이었다. 신선했다는 소리다.
저자는 물리학자 최준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는 <소리를 질러봐><양성자 구조에 대한 현대적 이해><수리물리학><양자역학>이 있다.
책은 총 6가지를 주제로 나뉜다. 빛, 소리, 기후, 전기 및 자기현상, 물체의 움직임, 생활주변이야기라는 제하에 일반인들을 배려한 듯 한 쉽고 흥미로운 부제들이 대여섯 개씩 따라 붙어있다. 주제와 연관 지어서, 평소 궁금하지만 자세히 알려줄 곳 마땅찮던 물질세계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차근히 풀어내고 있는데 많이 배운 교수의 서적치곤 꽤 친절하다.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영재어린이 혹은 고등학교 때 이과 계열에서 공부한 이들에게 어울릴 책이 아닌가 한다. 물론 여러 비유적 설명이나 자료 또 기초 지식 언급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층까지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는 감이 없지는 않으나, 확실히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려운 감을 느끼게끔 하는 전문적 지식들을 많이 요하고 있다.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물리여행의 행복도는 결론이 아닌 과정과 원리부분에서의 이해도와 정비례관계에 놓여있다고 본다. 뭔가 정리가 안되고 잘 모르겠는 부분에서 행복도는 급격히 하락한다.
과학, 특히 여러 가지 물리적인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밌고 다양한 소재들로 풍부한 이 책에 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짐작한다. 일정 정도의 과학적 상식이 녹아있는 책으로서 독자가 근성을 가지고 일독을 해낼 수만 있다면, 일반인에게도 좋은 지적교양서로의 가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