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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그리스 로마의 신화 혹은 영웅, 책도 많고 풍월도 꽤나 많이 쌓였으나 두꺼운 전집들을 탐독하여 보진 못했다. 책을 읽어가다 으레 만나는 그리스 신화나 세계역사 가운데 두드러지게 소개되는 로마의 전쟁영웅들 이야기는 필자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얇은 두께, 출판계의 보증수표, 역사서 저술의 명인.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 이 책은 두근거림의 시작이었다.
저자 이윤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설가 겸 번역가.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숨은그림찾기 1-직선과 곡선>으로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변신이야기> 등에서 보여 준 품격 높은 번역으로 200년 대한민국 번역가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책을 집필하였고, 다수의 책을 번역하여 다 거론하는 것이 무리다. 2010년 8월 27일, 바로 얼마 전 안타깝게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책은 총 5명의 인물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아리스테이데스가 그 주인공이다. 인물에 대한 주요사건을 화두로 하여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야기들은 상식으로 알고 있던 중요사건의 범주보다 디테일하게 들어가지 않고, 큰 그림만을 그리며 전개하고 있다. 그 외의 지식전달은 중간중간 삼천포로 빠지면서 시작된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한다.
저자의 문체가 아주 고급스러우면서 위트가 넘친다. 알렉산드로스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의 성정은 재밌고 재기어린 면이 도드라진다. 그러한 뉘앙스를 그려내는 저자의 필력은 기어코 필자를 웃음 짓게 한다. 가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내공이다.
첨부된 자료사진의 질이 우수하다. 유명한 명화나 조각상에서부터 낯선 유적지의 위엄 있는 사진까지 풍성한 자료제공이 좋았다. 특히 중요하다거나 다른 각도에서의 조명이 필요한 그림은 재차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편의를 돕는다. [ex) P.77 ↔ 84, P.74 ↔ 102] 청소년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국어학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단어들이 많았다. [ex) 강화(講和), 회멸(灰滅), 황음무도(荒淫無道) 등]
저자가 선별한 인물에 대해서는 더 깊이 알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굵직굵직한 지식들을 얻었다. 영웅서라고 해서 남자아이들이 더 좋아할 요소가 많게 보이지만 여자아이들이 차분히 읽기에 좋은 문투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별한 지식적 욕구가 아니더라도 그리스 로마영웅에 대한 이정도 지식은 상식선이 아닐까 한다. 역사라는 무게감에 혹은 어려운 이름들 뒤섞인 번잡한 전개에, 역사서는 엄두도 안 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