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골동품 수집가가 꿈은 아니지만 세간의 향수(鄕愁)로 남아버린 것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타입이다. 전자사전이란 제품이 출시되어 너도나도 구매하기 시작할 때 필자는 헌책방에 들러 누군가 씹어 먹다가 만 것 같은 너저분하고 오래된 사전을 구입했었다. 연락처는 휴대폰에 저장하면 되는 것을 필자는 이제껏 굳이 수첩에 적어두고 있다. 중요한 번호는 머리보다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다.



미련한 뻘짓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세상은 극도의 편리함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여 주느라 혈안이 되었있지 않은가. 대표적인 스마트 경쟁. 그것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지 click뿐이다. 지식과 정보를 떠 바치고 있는 스마트폰 시대, 우리는 그저 뜰채로 건지기만 하면 되는 시대인가. 그리고 그것이 건강한 지식인의 사회를 계속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인터넷이 가져다 준 인간의 변화를 논하고 있다. 그 변화라는 것이 분명히 폐단의 결과를 낳았음에도 저자 자신도 인터넷을 비롯한 많은 기기들과 작별을 고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겸연쩍게 말하길 앞으로도 블루레이 플레이어 - WiFi연결이 가능하여 텔레비전과 스테레오를 이용해 판도라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 -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니콜라스 카는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이자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며 정보기술부문의 사상적 지주로 꼽힌다. 다트머스대학,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을 지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디언><뉴욕 타임스> 등 영향력 있는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사인 메르세르의 대표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빅 스위치> 등이 있다.



책은 총 10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는 전문적인 지식들을 토대로 저자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한 준비운동을 탄탄히 하고 있다. 2부에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1장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에 길들여진 뇌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서술한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다. (p.36)



2장에서는 인간의 뇌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 대해서 풀어보고 있는데 이것은 이후 7장과 9장에서 언급될 내용을 위해 뇌의 특성을 필요한 부분에 한해 다루고 있다. 3장는 문자에 대한 이해를 그 목적으로 한다. 문자의 역사와 그 특질, 문자와 인간의 사고력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어서 4장에서는 지금의 책 읽는 방식이 고착화될 때까지의 ‘읽는 방식’ 변천사를 나열하면서 책을 읽는 문화의 영향력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5장는 인터넷의 발전과정과 그 파급력에 대해, 6장는 전자책의 등장과 그 미래를 다룬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전 문화부장관 이어령 씨는 최근 한 TV인터뷰에서 킨들을 흔들며 ‘이런 전자책이 있으니 아주 편하고 좋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전자책을 애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저자는 ‘하이퍼링크’ 기능이 있고, 인터넷이 연결되어있는 전자책은 ‘읽기 위한 책’으로서의 가치 상실이 명백함을 말하고 있다. 산만함의 요소를 두루 갖춘 덕분이다. 멀티태스킹의 시대적 흐름 앞에서 필자는 ‘홀로 고독하게 몰입하는 행위로서의 책 읽기’를 홀대하는 전자책의 위세가 심히 걱정된다.



7장는 인터넷으로 멀티태스킹을 할 때의 우리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불과 1초 만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으로 인간은 ‘깊이 읽기’는커녕 ‘훑어 읽기’도 제대로 못하겠는 습관을 기르고, 멀티태스킹으로 훈련되는 인간의 뇌는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방해받고 있다.



멀티태스킹을 더 많이 할수록 덜 신장해지고, 문제에 대해 덜 생각하고, 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독창적인 사고로 도전하기 보다는 관습적인 생각과 해결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p.209)



8장은 구글 비판. 구글의 초창기 시절부터 그동안의 경쟁과정을 압축하면서 시작한다. 비판의 핵심은 구글 북서치이다. 지금껏 출판된 모든 책을 디지털화해서 본문 내용을 온라인에서 찾고 검색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10개가 넘는 업체와 학술 출판사, 그리고 세계적인 규모의 도서관들이 구글과 계약을 맺고 진행되는 프로젝트 이다보니 말들이 많다. 여러 논쟁거리 중에서 저자가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책 그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한다.



책장을 따라 흐르는 본문의 응집력, 이야기와 논지의 선형성이 희생되고, 고대 로마 장인이 최초의 고문서를 만들 때 함께 꿰어놓은 것들이 풀어지는 것이다. 고문서의 의미의 일부였던 고요함 역시 희생된다. (p. 243)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글을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문서를 재빨리 해독할 수 있겠지만(오히려 예전보다 더 빨리 읽는다) 문서가 함축한 바에 대한 깊고 사적인 이해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또 다른 관련정보의 조각으로 그리고 또 그다음, 또 그다음 조각을 향해 서둘러 달려든다. 이 ‘연관 콘텐츠’에 대한 노상 채굴은 의미 해석을 위한 느린 발굴을 대체하고 있다. (p. 244)



9장은 검색기능으로 인해 퇴화되어가는 인간의 기억력을 이야기한다. 기억력에 대한 부분은 먼저 의학적 이론과 실험을 바탕을 두고 서술한다. 생물체의 기억은 끊임없이 갱신하는 과정에 있고 기억을 확장할 때 마다 지적능력은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인터넷은 개인적인 기억에 편리하고 매력적인 보조물을 제공하지만 인터넷을 개인적인 기억의 대안물로 사용하면서 내부적인 강화 과정을 건너뛴다면 우리는 그 풍부함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위험성을 안게 되는 것이다. (p. 280)



10장은 이제까지 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 기술의 힘을 지니기 위해 우리가 지불한 대가 중 지적 기술에 대한 비용이 어느 정도 큰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격동의 기술은 콩코드 역에 도착한 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사색과 명상을 통해서만 가능한 잘 정제된 인식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잠식할 것이다. (p.321)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이 되고 있느냐가 아니라 결국 무엇이 되느냐다. (p. 320)



방대한 내용이기도 했지만 시기적절한 책이었다. 기술 문명이 빠르게 변화하여 따라가기도 벅찬 지금의 시대는 생각할 겨를 없이 일단 하고 보는 성격이 짙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의 확산은 사용자에게 다른 세상을 선물하고 있는 듯하다.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고개 한번 돌리기가 쉽지 않은지 지하철에서도 몇 정거장 지나치는 것은 예삿일이다. 진보한 기술에 대한 무분별한 흡수는 분명 그에 따른 부작용의 임상피실험자를 양산할 뿐이지 않는가.



특히 ‘책’과 ‘사고’라는 관점에서 인터넷의 영향을 살펴보는 일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실생활에서 너무나 유용하고 밀접하게 사용되는 인터넷이 인간의 뇌에 이러한 파괴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의 인터넷습관을 되돌아보게 했다. 책에 대한 바른 이해, 종이에 인쇄된 책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앞으로 아무리 좋은 전자책이 출시되어도 후대에는 묵직한 종이책들을 물려주리라 다짐한다.



정말 제대로 된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읽고 나서 저자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는 책. 구글을 다시 보게 만든 책. 전통의 지혜를 되새기게 된 책. 그리고 달변에 미혹됨 없이 무엇이든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 준 책이다. 진정성 있는 글로 필자를 감동시킨 저자의 책, 기술의 편리가 유익함만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안일한 얼리어답터에게 권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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