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남주인공의 인기가 ‘파리의 연인’때의 박신양보다도 많다고 하니 얼마나 대중들의 사랑받이가 되고 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 드라마 OST 중 ‘그 남자’라는 곡을 패러디한 ‘그 회사’라는 개사가 또한 네티즌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나 얼마나 더 일을 이렇게 빡세게 하며 맨날 이 바람 같은 오티 이 거지같은 제안 계속해야 니가 나를 월급 주겠니’ 대충 이런 식의 가사가 줄을 잇고, 젊은이들은 이에 열광적으로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다고도 한다.
이렇게 살고 있다. 요즘 것들. 사는 게 더러워도 말 한번 못하고 까라면 까야 하는 자리에서 시간을 바르고 있다. 뭐가 남나. 생각할 겨를 없이 일단은 그렇게라도 살아야 소외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지금의 현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그 현실의 갑갑함이 대학을 가야 풀릴 것 같았고, 막상 대학에 오니 수험생보다 더 지독한 독기로 스펙에 몸 바쳐야 했고, 직장만 얻으면 다 될 것 같았던 세상은 그제서야 씨익 웃으며 본색을 드러낸다. 그동안은 몸 풀기였다는 듯, 이제껏 얼마나 애송이같이 살아왔는지 처절하도록 깨닫게 해주려는 듯.
그런 지금의 신입사원들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려놓은 소설이다. 꿈과 열정 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우게 되는 현실의 세계. 너무 리얼해서 저자의 경험을 쓴 에세이 아닌가 싶었다. 저자는 이혜린. 2005년 한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기자가 된 후 경제신문사, 온라인 매체 등을 두루 거치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 그 지랄 맞음에 대해 마스터했다고 믿었지만 사회생활 7년차인 지금도 매번 새로운 난관과 다양한 진상들에 뜨악한다는 그녀. 그런 그녀의 사회초년생 시절, 연예계에서 ‘개고생’했던 실제 사연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라 한다.
IMF를 거쳤으면서도 아빠 사업이 말짱했고, 고3때 팽팽 놀고도 좋은 대학교 갔고, 성형수술 받지 않고도 남자 꼬시는데 아무 장애가 없었고, 지금 시대에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에 성공한 꽤 괜찮은 인생을 사는 이라희.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생활 만만치 않아 때려치우려는 찰나 집이 망했고, 월세70은 내야 한다. 월급은 꼴랑 50인데, 거기 아니면 마땅히 갈 회사도 없다. 좋은 선배 충고는 무시하고 부장 편에 바짝 줄대며 잠 안자고 일한다.
그 세계. 저자가 경험했던 연예계 세상이라는 것. 사람 참 거시기하게 만들어놓는 것 같다. 한마디로 썩었다. 그런 세상에 당하면서 능구렁이 되어가는 여주인공. ‘부장이 잘리냐, 국장이 잘리냐’에서 줄 잘서야 했던 그녀. 결국.. 비참히 회사 나온다. 남는 건.. 망가진 젊음, 몸, 마음 그리고 사랑이다.
자신과 다를 바 없어보였던 입사동기 남친은 회장아들이었다는 게 거슬렸다. 이미 그 남자 등장 몇 번에 비벌치 않을 것이란 복선부터가 재미없었다. 여기서 그 남자가 평범했어야 더 리얼리티를 줄 수 있었을 거라 본다.
가볍고 편하게 봤다. 아주 공감할 수 있기에 진지함을 가지고 보기엔 벅착달까. 저런 생활을 시작하고 있을 내 또래를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그 세계 그렇구나’하고 많이 배웠다. 저런 세계에 있는 윗대가리들의 대가리에 저런 게 들어있고, 그렇게들 살아남고 있구나를 배웠다.
쓴 웃음 지으며 책장을 덮었다. 저자가 이라희의 다음 인생 멋지게 그려줄 생각은 없는가 묻고 싶다. 세상은 그녀를 패배자라 할 것 같다. 인제 그녀 뭐 먹고 사냔 말이다. 현실적으로 알바나 하다가 가까스로 취업해서 개같은 직장생활로 또 버티기 시작해야 현실적이다. 소설이 아닌 현실을 보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마냥 재밌을 수 없었고, 저자의 시원시원한 필체 또한 그저 소설스러울 수만은 없는 이유 추가다. 현실에 헉헉대는 인생들 위로서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