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뇌 -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땐 ‘배가 아픈 건지, 머리가 아픈 건지’만 구별할 수 있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부위별, 통증의 원인·종류·세기별로 간단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한의원에 가니 노인들이 한의사에게 침 꽂는 위치까지 알려주고 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도 정도가 있지 말이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통증의 다양성을 구별해내는 도구가 뇌에 있는 지식의 축적이라면, 그 지식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세밀하고 풍부하다면, 본인의 뇌 상태나 흐름을 읽어낼 수도 있을까. 자신의 뇌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뇌졸중의 발발 현상을 생생하게 관찰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마 쉽게 접할 수 없는 미지와도 같은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질 볼트 테일러. 그녀는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의 생명과학부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1996년 12월 10일 아침 7시에 잠을 깨면서부터 뇌졸중이 찾아온다. 서서히 진행되는 뇌 속에서의 출혈이 그녀의 인지 능력과 신체 상태를 비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할 때 쯤 그녀는 뇌졸중임을 알아차린다. 몸도 정신도 자꾸만 가라앉으면서 기억력과 지각능력을 상실해하고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게 된다. 일반인이 아닌 뇌에 대해 잘 아는 그녀였기에 더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계속 도움을 위한 시도를 했고 간신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에 그녀가 병원에서의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회복되는 과정과 저자의 심리변화는 실로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뇌의 분리된 기능들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면서 뇌를 잘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 - 너그러이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좌 뇌에서 출혈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저자는 우뇌만으로도 마음을 행복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우뇌를 작동시켜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인지적 사고에 접속하여 정신의 회로를 가동시키면, 엄밀히 말해 우리는 현재 순간에 있는 게 아니다. 현재 순간을 느끼려면 다른 것으로 주의를 돌리게 하는 인지 회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이 순간 여러분이 살아있는 혈기 왕성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라! 축하와 감사의 기운이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 차오르게 하라. (p. 200)


저자는 묻고 있다. ‘옳고 싶은가, 아니면 행복해지고 싶은가?’ 저자는 이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 의지만 있다면 접속할 수 있는 ‘행복 회로’를 가동하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세포와 회로가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뇌 깊은 곳에 영원한 평화가 있다는 비교적 종교적으로 들리는 듯 한 말도 덧붙이고 있다.

 

몸을 낮추고 평화로운 은혜의 상태로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매사에 고마워하면 당신의 삶은 정말 멋질 것이다! (p. 217)

 

인간의 뇌라는 다소 신비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대해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쓰인 이 책은 다소 친근하고도 깊이 있게 느껴졌다. 단순히 뇌에 대한 분석과 정의가 아니라 저자가 느낀 뇌졸중체험기라서 더 의미 있었고 뇌에 대한 의학적 언급도 따분하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뇌에 관한 지식들도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뇌졸중보다는 그 이후에 저자가 느낀 바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판단된다. 때문에 회복기에 치료와 수술 등 병에 대한 체험보다는, 그것을 매체로 하여 진정으로 독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조언들과 진지한 물음, 주옥같은 문구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행복하고자 하는 열정, 평화롭고자 하는 의지. 그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더 자신의 삶에 능동적 주체가 되어 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쁘고 감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우뇌를 두드릴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책이다. 더 멋진 삶을 생각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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