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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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가 창사 20주년을 맞아 세계문학전집 '세계문학의 숲' 출간을 시작했다. 시공사 세계문각전집의 특징적 의미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겨진 고전을 발굴 소개하는데 역점을 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제 막 츨간되기 시작한 전집 중 제 4권에 해당되는 작품으로서 중국 현대 문학의 3대 문호로 꼽히는 바진의 최후 작품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에 경험한 상류층의 허례허식과 억압성, 착취 속에 신음하는 하인 등 노동 계급의 비참한 삶은 훗날 바진 문학의 토대가 되었다. 프랑스 유학 중 여관방에서 쓴 처녀작 '멸망'으로 데뷔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뒤 '격류 3부작'과 '애정 3부작'에 이어 '휴식의 정원',  '차가운 밤'등을 발표했다. 한때 무정부주의에 심취했던 바진은 문화혁명 때 반혁명 분자로 몰리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문화혁명을 겪으셔 얻은 병으로 말년을 힘겹게 투병하다가 지난 2005년 10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82년 이탈리아 단테 국제상을 수상했으며, 1983년 프랑스 레종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은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세계 제2차대전의 태평양전쟁 당시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 시대의 작가들은 나름의 역사의식과 시대적 아픔을 인한 문학적 영감의 뿌리로서 당시 전시상황을 주요배경으로 많이 다루었다. 경험을 토대로 한 문체는 사실적인 묘사와 인물의 감정전달에 효과적이었다. 저자 또한 전쟁의 기승전결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서 배경의 도입부터 독자에게 신뢰감을 형성한다.

 

어머니와 주인공, 아내 모두 학력 좋은 지식인 가정이다. 전시 중에서 그들의 지식은 쓸모없어져 버리고, 피난을 와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은행을 다니고, 자신은 출판사에서 교정업을 보면서 아내의 고집으로 아들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낸다. 아내는 시어머니와의 심한 갈등으로 집을 나갔지만 주인공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는 마음을 돌린다. 형편도 어렵고, 시국도 계속 나빠지는 가운데 아내는 상사로부터 계속적인 구애를 받으며 일본군이 쳐들어오기 전에 함께 떠날것을 종용받는다. 이즈음 계속 몸이 좋지 않던 주인공은 페병이 확산되어 몸져 눕기를 반복한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살았던 아내는 병든 남편을 떠나고, 얼마있지 않아 남편은 숨을 거둔다.

 

줄거리는 비극적이다. 그러나 감정에 몰입되지 않고 꽤 담백하고 무덤덤하게 읽혀진다. 그것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문학적 과장이 덜 한 탓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성격이 소설안에서는 '착하고 선한' 사람으로 나와있다. 또한 독자가 볼 때 주인공은 소심해서 그 속마음을 표현해 낼 줄 모른다. 3인칭 시점으로서 저자가 밝혀내는 주인공의 심리는 그 설명이 많으나 미사여구가 거의 없고, 호흡이 간결하기 때문에 저자의 감성위치를 짚어낼 수는 있으나 독자의 마음까지 주인공의 위치로 도달케 할 수는 없다. 아마 그것이 저자의 숨은 의도였을지도 모를일이다.

 

아내의 계속적인 갈등심리도 여러부분에서 표현되고 있으나,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심리 설명이 그 갈등의 심각성을 격하시킨 듯도 하다. 직접적으로 아내의 성품을 선악중 하나로 나누지 않고 바라보게 한 점이 좋았다.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의 잠시 돌아온 아내의 모습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아내의 대한 감성적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그 시선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있다.

 

어딜가나 고부갈등은 시대와 국경을 막론하는 큰 어려움이다. 샌드위치가 된 주인공을 더욱 병들게 한 고부갈등이란 설정은 지금 시대 며느리들의 몇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고조시할머니도 그 시어머니를 당혹케하는 말 안듣는 며느리였을 거라는 추측을 낳는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하듯 지금의 시어머니들도 며느리였을적 생각해서 며느리들과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삼천포적인 생각도 들게하는 고부갈등이 나온다.

 

내용의 전개와 흐름이 딱딱하지 않고, 편집이 잘 되어있다. 읽어 넘기면서 책장을 도로 넘길 일 없이 스토리도 전혀 어렵지 않다. '차가운 밤'이란 표제는 아내가 떠나고 혼자 남은 밤의 한기를 바닥에 엉켜자는 두 사내를 보면서 더욱 크게 느끼는 것에서 나오는 '무섭게 차가운 밤이었다'(P.240)라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 뒷부분의 소설이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았을 때는 저자가 줄 수 있었던 의도적인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바진의 소설이어서 그런 것일까. 처음 접해 본 중국 현대문학 속에는 중국만의 색채, 우리가 흔히 중국하면 떠올리는 동양적인 사상이 거의 드러나있지 않다. 바진이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기에 서구적인지를 모르겠으나 확실히 중국특유라고 말할 수 있는 특징적요소보다는 세계문학으로서 역사적으로 유연성을 띠고있다.

 

이 책은 인생이 비극이라고 느껴질 때, 비극의 연속이 아닌가 싶을 때 바진이 내놓은 주인공의 인생을 보면서 그 삶의 무게와 고통을 견딘 한 남자의 눈물섞인 이야기에 무한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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