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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길들이다 ㅣ 과학과 사회 10
베르나르 칼비노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고1 가을이었다. 느닷없이 허리통증이 심해져서 체육시험을 연기시켰고, 증빙 자료로 병원에 가서 소견서를 받아야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아무이상이 없다고 나왔고, 의사는 소견서에 ‘요추 염좌’라고 적었다. 체육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면서 물었다. “염좌가 뭐에요?” 선생님 曰 “네 통증의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어렵게 쓴 거지.” 그 때 이후로 가끔씩 나를 괴롭히는 허리통증에 대해서 난 체념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만나게 된 반가운 책. 베르나르 칼비노의 ‘통증을 길들이다.’ 책은 얄팍하니 디자인도 아주 예쁘고 재질도 좋으며 그립감마저도 좋다.
신경 생리학 교수 베르나르 칼비노를 비롯하여 10명의 관련 교수들이 공동 편찬한 이 책은 통증이라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깊은 지식을 체계적이고도 넓은 관계성을 가지고 펼쳐 놓는다. 서문은 베르나르 교수의 통증에 대한 의학적 정의로 시작한다. 의학적 용어가 가차 없이 넘실대는 이 챕터는 복잡한 구조와 과정을 도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일반일들의 이해를 높였다. 1장은 통증의 식별과 처리 관점에 대해서, 2장은 철학적, 종교적, 문학적 세계에서의 통증에 대해서, 3장은 통증의 처지 방법과 통증학회의 역사와 발전 과제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1장에서 주의를 끈 점은 태아나 신생아에 대한 통증 측정과 진통제 투여에 대한 점과 뇌 관련 다중장애아의 통증 식별법에 관한 고찰이었다. 과연 이 부분은 통증 전문 연구진들의 논제이며, 일반적 독자로서는 생각해 볼 수 없었던 영역이라서 흥미로웠다. 2장은 인문학과 밀접한 연관관계에 대한 글이라 아주 재밌게 읽었고, 좋은 지식을 많이 취득했다. 3장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가 아니라면 관심 있게 읽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책을 통해 통증에 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참 많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통증 치료에 대한 의료적 수준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추천 글을 통해 조금의 안도감을 찾을 수 있었다. 통증이 무조건적으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만성통증환자의 사례나 통증이 사라져야 건강이 온다는 말들은 통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불어넣어 준다.
사실 책의 전반에 걸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이나 설명들이 수준 높게 진행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읽었다가는 실패하기 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의학도들의 교양서적으로서 조금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순수통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치료 방안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겐 좋은 구성으로 정돈 된 책으로서 권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