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 중 하나는 링컨의 동상이다. 큰 키와 무표정한 얼굴, 느릿한 걸음으로 표현되던 석고 동상. 링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깃들어 있었고, 아직까지도 미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위대한 대통령 중 한명이란 사실이 물씬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역사는 링컨을 추앙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뉴욕 시립대학교 대학원의 영문과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북전쟁 문학 과목을 가르치면서 이 책을 10년동안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자세하고, 링컨의 삶 속 세밀한 부분까지 노출이 되어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위인전기형의 인물예찬과는 다르다.

 

그의 어린시절은 가난으로 평범한 가정의 막내였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글에 파묻혀 살았다. 문맹률이 높던 시대에 글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야망을 품을 수 있었고, 글과 연설은 그가 대통령에 오르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그는 신앙보단 이성을 중시했고,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 때문에 신을 믿지 않았다. 그는 평생 기독교를 정치를 위한 수단에 이용만 했을 뿐, 실제로 신을 믿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정계에 진출을 꿈꿀 때마다 애를 먹었으며, 나중엔 연설마다 성경의 내용을 거론하며 '신이 존재함'까지는 인정한다.

 

링컨의 가장 큰 실패는 정치이력이 아닌 가정에 있다. 그는 무능무지한 아버지를 경홀히 여겼고, 부친의 부고에도 달려가지 않았다. 사랑도 이유도 없는 결혼은 그의 인생 최대 실패작이었고, 그 때문에 부인은 히스테리 사모님이 되어버린다. 무관심한 아버지, 폭력적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잘 커주었다.

 

미국의 정치변동기. 극심한 혼란기에 링컨이 정치적 역량을 펼칠 수 있던 이유는 딱 한가지. 글이었다. 독서광이었고, 운문과 산문에 모두 능했으며, 대통령이 될 때까지 그의 손에는 책이 놓여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그의 유명연설들도 철저하게 준비되었던 원고 즉,  그의 필력 덕택이었다.

 

이 책은 링컨의 전기라기보다는 링컨의 글의 역사를 보는 듯했다. 링컨은 곧 글이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같은 문장력을  지녔다고 해서 링컨보다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노예제, 남북문제의 갈등을 법안으로 추진한 그의 능력과 리더십은 탁월했다. 그래서 아쉬웠던 것은, 링컨의 리더적 자질, 대통령으로서의 법안 추진력등이 더 상세하지 못했던 점이다. '링컨'이라는 제목을 달기에는 '책벌레의 성공기'적인 면만 부각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다.

 

링컨의 문학적 기질과 소양이 어떠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링컨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글을 쓰는 직업으로 성공하고 싶은 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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