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생각의 재발견 - 모차르트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창조성과 행복의 조건
위니프레드 갤러거 지음, 이한이 옮김 / 오늘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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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사전은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으로 정의한다. 자로 재어본 결과, 겉표지의 ‘몰입’이라는 글자는 그 밑에 ‘생각의 재발견’이라는 글자의 4배 이상 큰 활자체를 사용해 강조한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글자체는 ‘모차르트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집중력과 창조성의 비밀’이라 적혀있다. 이 책의 겉면으로써 나는 몰입의 비법을 전수받거나 몰입의 경지에 대한 위대함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저자는 기대 밖이었다. 여러 가지 연구이론과 실험결과를 토대로 우리의 삶에서 집중을 이용하는 방법, 몰입을 통해 나아가야 할 긍정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의도로 주목할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대상에 집중한다면 온전히 나 자신이 만들어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목은 경험을 만들어내고, 결정적으로 ‘자아’를 기억에 저장시킨다. 그러나 과거가 어떠하든, 현재 어떤 대상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과 ‘인생’을 바꿀 수 있다.(p.10)



이를 위해서는 뇌를 지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부정 편향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공포,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지 부정적인 감정이 유쾌한 감정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변치 않는 기초감정은 두려움이다. 그러므로 부정편향을 긍정상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목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리하는 첫걸음, 곧 최적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인관계 안에서는 ‘몰입’이라는 단어보단 ‘주목’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 그것은 상대에게 주목하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저자는 특히 상대에 대한 주목이 해이해지는 가정 내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순환과정을 세세히 다루고 있다. 이 대목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힘의 역학 관계에서 낮은 위치의 사람들은 상대에게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현대의 결혼 관계에서 남편보다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거나 완전히 동등한 위치에 있는 아내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여보, 당신 오늘은 어땠어요?”라고 묻는 일이 많아 질 수밖에 없다. (p.156)



우리가 몰입하는 인생을 사는 데 방해하는 것들을 저자는 ‘기계’라고 단언하고 거듭 강조한다. 기계에 가치부여 된 멀티태스크 능력이 인간에게 옮겨옴으로써 자칫 멀티태스크가 가능한 사람이 더 효율적인 인간형이라고 생각하는 오판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산만함만 배가시키고,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여러 가지 기계에 종속 된 삶은 몰입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주목을 긍정적이고, 기쁨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에 집중시키는 몰입능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몰입능력의 향상으로 저자는 명상훈련을 추천한다. 명상은 호흡법과 같은 특정한 주목 방식을 연습하는 것으로서, 순간의 현실에 쉽게 주목할 수 있게 하며, 감정을 다스리며 관리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우리들은 항상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결코 현재의 순간을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 - 에머슨 (p.329)



몰입에 관련 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삶의 여러 가지 갈래에 주목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특히나 대인관계 안에서의 주목능력은 내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전문적인 단어 혹은 다만, 몰입의 훈련을 명상으로 풀어내는 조금은 뻔한 결과물과 간혹 있는 오타[귀인->기인(p.156~7), 하지마지-> 하지마비(p.202)]와 문법적 오류를 읽어내는 게 흠이었달까. 사실 이 책은 전문성이 짙고, 활자 수에 비해 숙고해야 할 내용도 방대하기 때문에 한번 읽고 말아야 할 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가끔 텅 빈 머리를 주체하지 못할 때 한 번씩 읽어 내려가도 좋을 듯하다. 당장은 명상훈련부터 시도해봐야겠다. 몰입을 하고 싶은 자보다 몰입에 대해 알고 싶은 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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