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제프 콜빈 지음, 김정희 옮김 / 부키 / 2010년 8월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문장만으로 따져보면, 재능은 전제이고, 단련은 핵심이다. 즉,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가지고 있는 재능을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 후에야 단련이라는 단어가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책 제목의 원문은 "Talent is Overrated". ‘재능은 과대평가 된다.’ 라는 직역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이 두 개의 제목 모두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포괄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먼저 이 글의 전제조건인 재능에 대해 살펴보자. 저자는 재능에 대한 보편적 인식 -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들만이 뛰어난 성과를 이룬다 - 의 오류를 지적한다. 재능의 존재를 부인할만한 증거가 아직 충분치 않다고 보며, 재능이 존재한다 해도 탁월한 성과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 흔치 않는 영재들을 보면서 타고난 능력에 감탄하지만, 실제로 위대한 성과자들 가운데 영재성이나 천부적 재능의 증거가 전혀 없는 사례가 훨씬 더 많으며, 그들 또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누구라도 예외 없이 몇 십 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였다. 저자는 세계적인 인물의 능력을 오로지 재능 덕으로 돌리는 현상이 자기설득의 방편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라고 본다.

이 설명은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가 한 일의 성과를 다소 우울하게 표현할 때도 유용하다. 특출한 재능을 타고날 확률은 백만분의 일뿐이라고 하면 간단하다. (p.15)

모차르트, 타이거우즈. 잭 웰치, 빌 게이츠. 이들의 뛰어난 업적은 재능이 아닌 고도로 집중 된 훈련의 축척 결과였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도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통해 이런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란 어떤 것일까? 뚜렷한 성과를 위해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면, 반복연습의 축적이 방법이다. 연습을 통해 필요한 여러 부분에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연습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라는 방법을 비즈니스 부분에도 적용한다. 위대한 업적을 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적 판단 아래, 기업의 수장들이 이 원리를 적용하여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인재를 길러내기를 권고한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지속성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지루하며, 단기적 욕구충전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극복은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적 동기와 외적동기가 조화로운 자극제로 작용할 때, 연습은 중단되지 않고 그 안에서 승수효과를 맛보게 된다.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노화로 인해 일반 능력이 떨어진다 해도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적 기술 능력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애초에 그들이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준 계획된 연습은 고유한 기술로 남아 나이의 한계를 비껴가거나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빌헬름 박하우스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예를 들었는데 클래식 애호가인 나로써는 참 적절한 이해를 가져다주었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으로 위대한 성과를 얻는 길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란 개념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다. 굳이 책 제목에 ‘재능’이란 단어를 집어넣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재능이란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게끔 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책이니 말이다. 위대함에 이르는 길이 사실은 맞춤형 설계와 끈질긴 연습으로 이루어진 세월의 향연가운데 저절로 스며드는 향기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백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인물은 하늘이 내린 복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는 세상의 공평한 가르침. 곧 백년 동안 아무도 그 분야에 대하여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는 가르침. 이것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재능 때문에 좌절하는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