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제너레이션 - [할인행사]
노동석 감독, 김병석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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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묘비 앞에서, 내 첫사랑의 묘비 앞에서, 내 찬란한 시간의 묘비 앞에서, 절망이라는 이름을 달고 태어난 내 희망이라는 묘비 앞에서, 젊음이라는 거대한 묘비 앞에서, 이 시대의 나와 너는 살아간다. 

   청춘 그 끔찍한 무덤. 그리고 그 앞을 지키고 있는 평생 단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할 납덩이 묘비여. 아무 글자도 새겨 넣지 못한 그 민둥의 돌덩이여. 그대는 왜 이렇게 나약한, 연약한 나를 괴롭히고 있는가. 수 많은 길들 중, 껌처럼  버려진 그 길을 걷는 것도 용서하지 못하겠는가.  깡패처럼 내 청춘의 삥을 언제까지 뜯어 볼 셈인가. 지독한 칼잡이 보스도 아니도 양아치에게 내 이 치졸하고 온통 연약해빠진 이 청춘을, 이 청춘의 시간을 흔들려야 하는가. 대답해 봐라. 그 나락의 밑 바닥은 언제쯤인지. 얼마나 더 견디면 내 연약해 빠진 무릎, 쉴 수 있겠는가.

  내 청춘을 너는 쓰레기라 말하고 있다. 내 희망을 무덤이라 말하고 있다. 아니 너는 나를 방관하고 있다. 멱살잡고 뒤 흔들어 보는 내 손아귀기 독기를 너를 휘파람 한번으로 저 멀리 날려 버리고 있다. 그래, 너는 꿈쩍도 하지 않는데 나만 이렇게 흔들리는 구나. 나만 미친년 치마자락처럼 펄럭이고 있구나.

  그는 말한다: 오늘 나는 카메라를 팔았다. 내 방식으로 세상보는 그 눈을 파내었다. 내 이 처절한 두 손으로. 오늘부터 나는 장님이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희미하던 희망이여, 이젠 너를 볼 수 없다. 박수 소리로 너의 존재를 알려 주어라. 너 거기 있다고 나를 불러라. 곧 내 귀도 잘라내야 할 그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너 거기 있다고 나를 불러라.  제발, 제발, 제발.

  그녀는 말한다: 오늘 나는 배나무 아래서 온종일 배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배, 배, 배, 배, 배. 수 십번을 외쳐도 떨어져 주지 않은 내 배여. 까마귀 날지 않은 하늘이 무심하기만  하구나. 내 청춘의 허기를 그렇게 간절히 불러도 채워지지 않는구나. 나는 영양실조 인간. 하루만에 나간 직장에서 짤리고, 피라미드 회사에서 사기 당하고.  내 생활의 영양실조. 영양실조 청춘은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하늘이 노래요, 누래요. 하늘이 나일롱 스타킹처럼 자꾸만 팽팽해지더니 빙글빙글 돌아요."

  장례식에 다녀왔다. 85분의 장례식. 내 청춘의, 내 친구들의, 내 첫사랑의, 내 희망의 무덤 그리고 그 묘비를 한참 바라보았다. 세상을 향한 통로를 만들기 위해 나와 친구들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장례지내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묘비를 가슴에 새워두고 살아야 하는가. 청춘 그 끔찍함에는 이미 낳은 무덤들이 기생하고 있는데. 절망이 모자라 절망한다고? 절망의 그 후카시가 근사해보여 절망한다고? 아무거나 되고 싶으면서 괜히 희망 어쩌구 저쩌구 지껄인다고? 아니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괜히 청춘을 들먹인다고? 약해빠져 이렇게 휘청인다고? 마주설 자신이 없어 그렇게 살아간다고? 대답하지 않겠다. 울컥거리며 그 질문을 던진 당신에게 덤벼들지 않겠다. 시퍼런 도끼를 들고 당신을 겨누지 않겠다.  

  <마이 제너레이션>! 우리는 등뼈에 다이나마이트를 하나씩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구나. 불빛이 사그라들기만 하는. 차라리 펑 터져주었으면. 그래서 이 우울한 내 등 뒤의 그림자 좀 날려줘 버렸으면. 오늘 우리의 청춘을 희망의 무덤 앞에서 그렇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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