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모로 쓴 일기
신승주 지음 / 눈빛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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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의 한칸을 차지하고 있는 카메라들. 캐논EOS5, 미놀타X-30, 올림푸스EE3, 로모, 삼성 자동카메라, 그리고 삼성8mm비디오카메라와 JVC6mm비디오카메라(모델명 일부러 찾아보기 귀찮다) 어머니 말 그대로 옮기면 "국 끓여 먹을라고 이 놈의 카메라 덩어리들 많이도 있다."  뭐 사진을 전공하거나 아주 애호가인 사람들이라면 뭐 저정도 가지고 그러냐 싶지만 나처럼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고철 덩이리들(어머니 말 그대로 옮김)을 버리지도 못하고 끼고 살아간다는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먼지 쌓이면 닦아주는 일도 지겹고, 가끔 상하지 않았을까 찍어보는 일도 해야 하고,누가 빌려달라고 하면 싫은 마음에 자꾸만 망설이다 핑계를 대기도 하고. 이래저래 애물단지이면서도 이렇게 끼고 살아가는 건 뭣때문인지.

그 애물단지들 중 그래도 나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게 로모가 아닌가 싶다. 여행 때 마다 내 옆구리를 빠져나간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생긴 것 부터가 워낙 무식하고 단순한게, 대강 거리만 맞추면 사진도 그럴듯 하게 찍힌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속속들이 망가지는 디카와는 달리 그 얼마나 건강을 자랑하던지... 사막여행 때는 동료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던 카메라. 사실 나는 로모가 유명한 카메라고 매니아를 만들어 내는 카메라인줄 몰랐다. 그저 튼튼하다는 이유 하나로 들고 다녔던 나. 그렇게 과소평가했던 로모 카메라. 지금은 디카가 판을 치는 때이고 예전엔 괜히 크고 근사해 보이는 수동 클래식 카메라가 무게잡고 있었으니 로모의 자리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인터넷 동호회 자체에 관심 없던 나의 무식함 탓이기도 하지만 정말 로모 매니아들이 지천에 있는 줄은. 중학교 사촌 동생까지 어느날은 알은체를 한다. 자기도 이번 설에 세뱃돈 받으면 살꺼라나 뭐라나. (내게 달라는 말은 절대 안한다. 누이, 나 줘!라고 하면 생각은 한번 해볼텐데.)

어쨋거나(왜 나는 매번 리뷰를 쓸 때마다 한참을 뺑뺑이 돌다 이렇게 본론을 시작하는지)이 책, <로모로 쓴 일기> 는 로모 매니아 중 한 사람이 만들어 낸 책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봤던 책. 그 자리에 서서 훓어냈던 책. 로모로 찍은 사진들과 짧게 쓴 글이 전부였던 참 심심했던 책.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이야기 한다. 싱거운 국물에 설익은 밥을 말아먹은 기분이라고, 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핥아대는 기분이라고, 치즈 굳은 피자를 입으로 베어먹는 기분이라고. 저자의 그저그런 사진들과 글은 정말이지 깊이나 독특한 시선없이 나른하고 지루했다. 물론 그냥 괜찮은 사진도 몇장 있었다.(그렇게라도 말해야 하지 않을까, 너는 얼마나 잘찍어대서?라고 누가 물을지도 모르니)훑어내고 나선 오랫만에 나로 돌아와 "출판사 돈지랄 하는 구만."하고 말하면서 책꽂이에 그냥 그대로 꼽았다. 기대를 한것도 아닌데 실망이 너무나 컸다. 좀 더 근사하게 찍고 그 사진과 어울릴 근사한 글을 써 넣을 순 없었을까. 글빨이 안된다면 어디 좋은 글귀라도 옮겨와서 붙여보지. 왜 내가 아쉬움과 미련이 생기는지. (응큼한 속샘)

렌즈의 왜곡 때문에 혹은 색감 때문에 수동이라는 클래식함 때문에 별의별 핑계로 로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별것 아닌 오브제를 찍을 때 확연히 로몬 디카와 다르다. 그 별것 아닌게 괜히 근사해 보이게 한다. 후카시 효과가 정말 짱인 로모 카메라. 난 가격 싸고, 튼튼해서 쓴다. 그러나 지난 사이판 여행서 더위를 먹었는지 아님 늙어 수명이 다 했는지 고장이다. 고쳐야 하는데 뭐 카메라 들고다닐 기력도 없고 굳이 그것 아니여도 되고. 어쨌거나 애물단지다, 로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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