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 가족의 얼굴은 마술 거울이다
정현종 옮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FAMILY.

책의 제목이 너무니 직설적이게 사진의 내용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그런 사진들의 모음, 맞지 않은 퍼즐 조각을 가지도 대충 그 크기를 잘라가며 이미 정해져 있는 그림을 맞추려는 그런 성의 없는 사진집인줄로만 알았다.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안일할 수 있는 주제의 사진 모음으로만 인식했었다.

사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가족이 오브제가 되어 프레임 안에 담겨진 사진집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그 친근하고 조금은 지리한 오브제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진작가가 바라보는 가족이라는 세계는 작가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의 따스함만이 아닌 사진을 통해 느껴지는 각 가족들의 깊이와 진솔함 그리고 약간의 슬픔이 잘 어우러져 버무려져 있는 사진집이었다.

아이의 탄생을 보여 주기도 하고,
두 다리를 잃은 동생의 남은 짧은 다리를 주물러 주는 소년의 모습,
어머니 대신 잠든 동생을 업고 있는 인도 소녀,
화장으로 결혼도 생각지 못했던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안고있는 모습,
다양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죽기 직전의 노모를 품에 안는 사진,
목욕하는 손주 옆에서 동화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
짝을 떠나 보낸 사람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찍은 사진까지
많고 다양한 가족들만큼 그 속에는 다양한 삶과 그 삶속의 초상과 풍경이 숨쉬고 있었다.


가족에게 데면데면한 사람들한테나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나, 생물로서의 본능에 이미 사랑이 들어 있음을 알게 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으로 오늘 오후는 참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일상에 지쳐 돌아온 가족들의 얼굴은 비껴가는 오후 햇살 속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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