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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 속에는 삶이 보였다. 그 삶은 작가의 경험 세계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혹은 내 옆에 서 있는 누군가의 삶 속의 풍경 하나를 퍼즐 조각처럼 한 조각 떼어 보여주고 있었다. 무게가 있는 소설,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 가볍지만은 소설이면서도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이야기라는, 우리 이야기라는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물론 소설속의 공허의1/4 이라는 사막과 화자의 류마티즘이라는 상징이 좀 더 맛깔스럽게 살아나지 못한 점이나 마지막 결말의 처리가 아쉬웠다. 화자의 지리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부분서 부터는 독자 역시 그 지루한 일상에 하품을 하게되지만...
제목인 <공허의 1/4>은 류마티즘을 앓고 있는 소설 속 화자가 가고 싶어하는 사우디에 있는 한 사막의 이름이다. 삶에 장애가 되어 오는 류마티즘을 고칠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공간 그러나 그곳은 단순히 병 치료의 공간만은 아니다. 병이라는 것은 육체에 깃든 것만이 아니다. 병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 화자의 삶의 파편 속에는 각종 병들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화자는 공허의 1/4 이라는 사막에서 그 병을 뿌리까지 말리고 싶은 것이다. 온통 삶을 축축하게 만드는 병.
누구라도 마음 속에 사막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사막이 오래전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 사라지고 혹은 밀쳐 두었던 사막의 모래 냄새가 잠깐 코끝을 스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