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김석희 번역 어린이를 위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여러 권 연달아 읽었다. 셜록 홈즈를 읽을 때면 피에르 바야르의 <셜록 홈즈가 틀렸다>가 꼭 생각난다. 문학 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연 책이라고 감히 평한다. 꼭 읽어 보길. 



추리소설은 범인의 이야기(A)와 범인의 이야기를 추적해 재구성하는 탐정의 이야기(B)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범인(또는 작가)이 만들어 놓은 원서사가 있지만 작품이 시작될 때에는 감추어져 있으므로, 탐정이 (독자를 끌고) 플롯을 전개해 가면서 범인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마침내 각 단서가 가리키는 최종적 의미는 이런 것이라고 제시한다. A와 B가 하나로 매끈하게 합쳐지면 소설은 끝이 난다. 독자가 이렇게 이루어진 범인의 이야기(A)의 기상천외함에 감탄하고, 이런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꿰뚫어 본 탐정의 추리(B)에도 감탄하게 되면 그 추리소설은 성공했다고 할 것이다. 치밀한 독자들은 B의 추리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허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A나 B가 거짓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읽는다고 할 때에, 그 의미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작가가 의식적으로 이런 의미를 넣어야지 하고 넣은 걸까 아니면 텍스트가 짜이면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의미가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독자가 읽어냈기 때문에 있는 걸까? 사실 파고 들면 매우 복잡한 문제다(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비평의 갈래가 달라질 정도로). 그렇지만 작가-작품-독자가 서로 조금씩 다른 의미를 생산하여 논쟁을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에는 진실이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비평이 가능한 것일 거다. 그런데 여기에서 진실을 빼버리면, 비평이 불가능해질까? 아니다. 비평이 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영역으로 도약한다. 범인의 이야기를 쫓는 탐정, 탐정의 이야기를 쫓는 독자, 두 이야기를 함께 쫓는 비평가 모두 진실/진상에 도달하려고 애를 쓰는데, 새로운 비평가(피에르 바야르)는 또 다른 이야기 C를 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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