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이 새로 번역되어 나왔는데 제목이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다. 제목을 듣는 순간 심금이 울렸다. 내가 어릴 적에 가장 좋아하던 공룡. 그런데 지금 아이들 공룡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룡. 내가 신경 못 쓰는 사이에 아파토사우루스와 동일공룡임이 밝혀져 공룡계에서 퇴출되었다고 한다. 태양계의 행성들 이름을 읊을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음절들을 마무리 못하고 입을 멈춰야 할 때 아쉬움처럼 뭔가 허전함으로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쥬라기 공원>을 처음 극장에서 보았을 때 (지금 보면 아마 CG를 발로 했냐?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나는 물가에 초식동물 떼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었다. 지금도 뚜렷이 생각난다. 고3 때였고 신영극장이었다. 호박 안에 화석화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꿈이 현실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우리 애들 어릴 때에도 내가 공룡을 계속 밀었는데 애들 상상력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애니메이션, 게임, 장난감 등 다양한 형태로 접하는 포켓몬이 있는데 공룡 따위야 재미도 없고 밋밋하고 비현실적?으로 생각될 것도 같다. 공룡 뿐 아니라 내가 어린 시절에 푹 빠졌던 것들을 어떻게든 애들한테 들이대보았는데 번번이 별 반응이 없었다. 구니스, ET, 페르시아의 왕자(게임), 길창덕 만화, 플란더스의 개 이런 거. 처음에는 애들 취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것들을 다시 보니까 왜 재미없어 하는지 이해가 갔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다. 요즘 세상이 30년 전에 비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어릴 때는 완전 재밌었던 것들도 지금 보면 재미가 없다. (요즘 애들한테 어릴 적 극장에서 재미나게 본 김청기 감독의 만화영화 틀어줘 봐라. 내가 민망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요즘 애들은 참 불쌍하다. 재미있는 것 찾기가 힘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