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몇가지 면에서 읽고 시간과 돈이 아까운 책이었다.

첬째, 내용면.
1권은 끝까지 읽어도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기에 흥미진진한 편이었다.
그런데 2권으로 가면서 내용이 말도 안되게 비약되고 로맨스소설이나 3류만화의 수준낮은 우연이나 만남으로 점철된다.

주인공의 심리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는부분이 많으며, 이야기 진행이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그야말로 십수년만에 만난 옛애인한테 그 중요하고 위험한 일을 도와달라고 하고...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자기목숨뿐 아니라 부인목숨 걸어가면서 주인공을 도와주고...
그 우연히 만났던 사람이 갑자기 산파의 집에 잠입해 들어가 (어떻게 그 집을 알고 들어갔는지?) 목숨걸고 위기에 빠진 주인공 여자친구를 구해준다.

그리고 주인공은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일(범인에게 전화를 걸게하여 결국 죽음을 당하게 만든다.)을 서슴없이 해대는데, 소설에서는 다 자기 딸 목숨이 걸린 일이란 말로 합리화된다.

또한 누가 범인인지 읽어가면서 대략 추측가능.(종범들이 다 죽어나간다. 결국 주인공의 사건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심리묘사가 안 나오는 사람이 범인이다. 스포일러인가?)

갈비뼈가 부러진 사람이 갖은 액션 다하는 것은 또 뭔가? 주인공은 수퍼맨이란 말인가?


둘째, 번역...
정말 꽝이다. 번역자체가 매끄럽지 못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심지어 오역도 종종 눈에 띤다. 몇개의 예를 들자면,

i)
친구의 부인이름을 체릴 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Cherryl 또는 cheryl 이란 이름은 미국에서 흔한 이름으로 유학을 안 갔다온 사람도 이 이름이 셰럴 또는 쉐릴 정도로  번역되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ii)
1권 p25,
"마크는 인형들을 가지고 놀았어요."
"인형이 아니라 액션 배우들이었다고요."

액션 배우를 갖고 놀았다니, 뭔 말인가?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원문이 없어도 여기서 액션배우라고 번역한 단어가 action figure임을 알 것이다. 즉 파워레인저 인형이나 수퍼맨 인형, 전투인형같은, 남자애들이 갖고노는 인형이지 문맥상 절대로 액션 배우로 번역하면 안 될 단어이다.  차라리 액션피겨라고 그대로 번역해도 알아듣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또는 전투인형으로 번역하던가.
차라리 "그냥 인형이 아니라 전투 인형이었다고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매끈한 문장이다.

iii)
산파를 산부인과 의사로 번역한 부분도 있다.

iv)
2권 p177
"번은 상체를 곧추세우며 나지막하게 우우 하고 소리를 냈다."

이건 두명이 논쟁을 하니까 보고있던 제3자가 낸 소리이다.
갑자기 왠 "우우"?
여기서 "우우"는 원문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Uh-Oh" 정도의 원문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거, 분위기 왜 이러시나...심각한데?" 이런 뉘앙스로 분위기 싸해지는 것에 당황해서 말리려고 내는 소리이다.

"이런..." 정도로 해석하거나 우리식으로 해석한다면 분위기 진정시키기 위한 "워~워~" 정도로 번역하는게 더 무난할 것이다.


세째, 가격면.
두권으로 분리해 출판하기에는 좀 얇은 책이다.
보통 추리소설들이 400-500페이지대까지는 한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모방범이 그렇고 밀리언셀러클럽 작품들이 주로 그렇고.
그런데 이 책은 겨우 200페이지대의 2권의 책으로 분권해 내면서 가격은 각각 8500원씩이나!
상술이 엿보인다.  (사실 내용이 뛰어났다면 그냥 넘어갈 부분이다.)


최근에 읽은 모방범과 너무 수준 차이나서 더 실망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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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2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제가 막 화가 더 납니다.
모방범은 각권이 550 넘는 것도 있어요. 묵직하지요. 글자간과 줄수로 보아도, 훨씬 많습니다.( 제 경우엔 '단 한번의 시선'과 비교해보았었는데요) 억지로 분권해서 내는 책들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내용이야, 제가 안 읽었으니 모르겠지만, 번역들은 정말 기가막히네요.


Grotta Azzurra 2006-09-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읽으면서 번역때문에 짜증이 났습니다. 이야기내용 자체도 속내가 있는 듯--헐리우드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듯--해서 왠지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