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알에게 관심을 갖는일이구나, 우리가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구나, 그렇게 벽과 알의 비유는 소설을 읽는 이유를 알려주었고, 우리를 깨어 있게 했다.
그 사실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소설을 읽을 때뿐만이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바라보기, 사건의 명칭이나집단 혹은 시스템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그 안의 사람을 보기. - P83

"나는 교육의 본질은 공교육이라고 생각해, 지식은 공공의것이거든."
지식은 공공의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이말은 나를 지탱해준다. 입시기관이 되어버린 고등학교에서생활기록부를 써주는 사람으로 전락해버릴 때마다, 졸업과동시에 아이들을 낭떠러지로 밀어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이들의 성적으로 미래를 가늠하며 상담이라는 이름으로못 할 말을 할 때마다, 그리고 논픽션 쓰기 수업에서 읽었던《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를 읽으며 황망한 기분을 느낄 때조차.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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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 P117

나는 왜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였을까. 넉넉하지 않은 집의 장녀로 자랐으면 다른 세상으로나아가려는 욕망을 품었음 직도 한데, 그도 아니면 답답한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해봤을 법도 한데, 나는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 P57

오늘은 쓸 수 있을까. 저 창문에 흔들리는목련 가지에 대해서, 멀리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대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이의 가난한발걸음 소리에 대해서, 갓 시작한 봄의 서늘한 그늘에 대해서 쓰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것도 쓰지못하고 누워버렸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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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이부자리에서 엄마가 만지에게 물었다.
"만지야, 너도 죽고 싶을 때 많지?"
"많지."
"너 혹시 내일 죽을 거면 오늘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오늘 먼저 죽을게. 그 정도 효도는 하고 갈 수 있지?"
"...…있지."
"자."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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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름다운 물성을 가진,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데서 오는 만족감과 자긍심이 일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제조업에 속하는 다종다양한 일 가운데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판단과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많진않겠죠. 그러므로 ‘내가 만든 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 테고요. - P166

참신한 기획, 좋은 원고, 탄탄한 만듦새와 꼼꼼한 편집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책, 세상에 참 많다. 그러나 책의 운명은 잘 만들어졌느냐 아니냐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바, 책이 나왔다는 것을 독자가 ‘인지‘ 하느냐, 독자가 그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느냐가 결정적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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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학작품은 그것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분명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것을 쓴 작가, 책이라는물리적 형태로 만들어 내는 저, 고요히 그것을 읽어 나갈 독자 모두가 영향을 받습니다. 향상심을 갖게 된다고하면 과장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그 영향력. 그 향상심.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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