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그 아픔을 딛고 한층 더 성장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혹은 고정관념이 있다고. 왜 꼭 가족의 죽음을 극복해야만 하고 그것이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만 하느냐고, 슬프면쭉 슬픈 대로, 회복하지 못하면 회복하지 못한 대로 남겨둘수도 있는데." - P55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는 것은 어렵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어려운 그 기분. 그런 기분이 찾아올 때 나는 주로 질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수현을 생각할 때나 곡 작업이 안 풀릴때, 돈이 너무 없을 때에도 그렇게 질 수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그래서 내가 결국 이긴 건지 진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누구를 상대로 ‘질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질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 P61

나는 복잡한 아픔들에 주로 모른다는 말로 안전하게 대처해왔다. 빼어나고 노련하게, 그리고 예의바르게 ‘저는 잘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손사래도 치고, 뒷걸음질도 친다. 그 와중에 김완이나 고승욱 같은 사람은모르는 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복잡한 아픔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기어이 알아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손을 내민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심보선 시인은 시는 두 번째 사람이 쓰는 거라고 했다.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거라고.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는 행복했을 거야."
"난 항상 할머니가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대 여자들 중에는 말야."
그 지점에서 우윤의 의견은 지수와 갈렸다. 우윤은 할머니가 행복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가진 조각들이 다르네, 할머니가 나눠준 조각들이 다른가보네,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하지 않았다. - P13

아무리 똑똑해서 날고 긴다 해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품을 타고났다 해도 우리가 보는 것을 못 봐요. 대화는 친구들이랑 합니다. 이해도 친구들이랑 합니다.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곳의 삶은 급행열차와도 같다. 다들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어느 역에든 서지 않아도 좋으니,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좋으니,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기만을 원한다. 목적지에도달하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누군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상대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며, 먼저 도착한 이의 휴식을 방해하고,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이 불공정 경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패하면 자칫 이 사회의 노비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물론경쟁의 종착지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 P9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있다. 우리 스스로가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시선을 시궁창의아래가 아니라 위에다 둘 수는 있다.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만났어 - 2021 학교도서관저널 1학기 추천 도서 튼튼한 나무 37
이선주.길상효.최영희 지음 / 씨드북(주)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볍게 읽기시작했는데 몇 번이나 눈물이났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살리는 이야기다. 그것도 진심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개는 장난감과 아예 다르다. 개는 세 살짜리 사촌 동생이랑 닮았다. 고장 난 장난감은 버리면 되지만, 사촌 동생은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버릴 수 없다. 만약 사촌 동생을 버렸다간 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확신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 P25

빗자루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빗자루는 지금 내가자길 버렸었다는 걸 알까? 나를 버리고 떠난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엄마를 믿기 때문에 나를 맡기는 거라고했다. 그러나 엄마에게 버리는 길가에 버리는 버린 건 버린 거다. 천국에 버렸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 P29

"맞아, 아파트 값에 당연히 뷰도 포함이지."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 뷰라는 건 경치라는 뜻 같은데 돈을 주고 사면 뷰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나무를 재산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때였다.
"그게 생명보다 중해요?"
할머니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 P62

"언니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체리색 립밤도 계속 바르고 나중에 우리랑 아이스크림도 같이 사 먹고요."
중학생은 희아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아무 대답도 없었지만 희아는 답답해하지 않았다. 희아는 동굴 속의 토끼를 기다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