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활짝 열고 기다려 보면개굴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을까? 여기에 있고 싶으면 있을 테고나가고 싶으면 나갈 테지.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지었던 것처럼. - P17
나는 늘 아빠를 원망했다. 아빠는 내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직진만 하는 차 같았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아빠가엄마에게 낳자고 말하던 그 순간으로 쫓아가 ‘날 그냥 태어나게 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날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비록 마음이 잘 맞지 않는 부녀지간이긴 해도, 아빠는 나를 지켜 준 단한 사람인 거다. - P39
"이곳에 사는 외계인들은 어떤지, 이 여행이 재미있었는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겠다. 내가 봤으니까." 친구의 말에 너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어. 멋진 여행담을들려주지 못해서일까. "근데 나도 잘 모르겠어. 왜 내가 널 부르지 못했을까? 왜돌아가는 법을 까먹었을까?" "이젠 더 생각하지 않아도 돼. 가자. 돌아가는 법은 내가 잘알고 있으니까." - P56
"근데 정말 쫓겨나요?" 슈퍼맨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할머니가 슈퍼 잘 지키라고 했어. 슈퍼를 지키는 게 날 지키는 거랬어." "뭘 어떻게 해서 지킬 건데요? 방법이라도 있어요?" "아까 내가 한 거 못 봤어? 할머니가 알려 준 거야. 지금 시시……… 티브이로 다 노…… 녹화되고 있어. 경, 찰, 도, 불, 렀, 다! 이걸 못 외운다고 얼마나 혼났는데." 그런 수법은 겨우 중학생 오빠들한테나 통하는 거다. 언제까지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도 방법을 모르겠다. 할머니 말처럼 동네 사람들이 계속 도와줄 수 있을까? - P73
"그런데 그건 완전히 거짓말은는 거 아닌가?" 내 말을 조용히 듣던 아빠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입을 떡 벌리고 쳐다봤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네가 수학 1등이 되든 남자애한테고백을 받든……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거지. 조금 먼저얘기했다고 생각하자. 너나 나나." - P90
"여기서 뭘 잃어버린게 있었는데 여태 못 찾았어." "그....그랬어? 중요한거야?" "응, 내가 나한테 준 선물이었어. 힘내자고." - P108
"여기서 맞는 바람이 참 좋았어. 그곳에도 이런 정자 하나있으면 좋겠다. 내 방은 따로 없을 테니까." 연우가 다시 털썩 앉으며 말했다. 나도 따라 앉았다. "어디로 가는데?" 연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마지막 친척 집이라고만 해 둘게." - P109
"나는 어떤…… 아빠예요? 아저씨에게 어떤 아빠가 돼요?" 남자가 잠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버지는 늘 앞만 보고 달리셨어요. 그래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어요. 딱 한 번, 아버지가 인생에서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제게 이야기하신 적은 있어요." "아버지 당신시 태어나기 전의 어느 한 순간과 또 하나는....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이곳에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원래 목표한 지점으로 가지 않았죠. 아버지에게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일 것 같아서요.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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