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는 내가 손을 뗐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페달을 밟았는데 뱀처럼 이리 꿈틀, 저리 꿈틀 하면서도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가는 거였다. 난 너무 기뻐서 팔짝거리며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지오가 놀라서 또 넘어질까 봐 입을 막았다. 우스꽝스럽게 비틀대며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가는 지오의 자전거를 숨죽인 채 바라보았다.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 지오가 뒤를돌아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건처음 보았다. 우리의 첫 번째 작은 성공이었다. - P19

나는 또 네 생각을 한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네가 지금 여기 있었으면, 여긴 숨어 있기 좋은곳이니까. 욕심과 미움이 힘을 다투는 곳이 아니니까. 다시 세상이 고요해질 때까지 너를 데려와 여기 함께 숨어 있고 싶다. - P54

나는가파른 림 로드에서 산양을 올려다보았다. 산양은나를 내려다보았다. 발밑은 붉은 절벽, 하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내가 무사히 지나가게만 해 달라고 빌던 벼랑길에, 저 작고 예쁜 것이 살고 있더구나. 남편과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보다시피 무사히 늙었단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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