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내가 굳이 사랑이니 외로움이니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은다……… 열여덟의 아들을 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젊고 예쁜 우리 엄마 때문이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혼자서 나릿나릿 걷고 있는 작은 뒷모습이보인다. 엄마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을까? 사랑이나 연애 같은, 젤리처럼 말랑하고 탄산처럼 톡 쏘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을까? 엄마에게도 진짜 파트너가 필요한 것 같다. 아들이 아닌 배우자로서의 남자 말이다. - P14

그건 어쩌면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잘 살든 못 살든 혼자 다 책임져야 하니까. 만약 엄마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 엄마의 삶은 조금 더 나아졌을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 P32

"세상도 그래요. 아기를 포근포근하게 감싸 주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절대 기죽을 필요 없어요. 여러분은 누구보다 반짝이는 사람이니까."
각자가 만든 머리핀과 브로치를 자랑하며 우리는 그 반짝이는 것들을 서로의 머리와 가슴에 달아 주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고, 기죽을 필요 없다고, 우리도 다시 반짝반짝해질 수 있다고 꼭 그런 삶을 만들자 다짐하면서. - P53

나는 정확한 시급 외에 모든 돈을 다시 금고에 넣어 두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한 만큼만 받고 싶었다. 남에게 괜한 호의를 받는 게 싫었다. 타인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기 싫었다.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었다. 똑같이 잘못을 해도사람들은 내게 다른 시선을 던지니까. 그 누구도 나를 보며 혹은 엄마를 향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되었다.
나는 가급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크게 모나지 않도록, 딱히 문제 될 리 없도록 하루하루 성실하게만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별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이가 미혼모와한 부모 가정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은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낸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다름과 틀림을 똑같이 여기곤 한다. - P59

"사람들이 원하는 게 그런 것 같아. 그냥 요철이나 장애물 없이 잘 닦인 고속도로 위에 오르는 것. 좋은 대학 나오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 졸업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거. 몇 살쯤에 결혼하고 아기는 몇 살에 낳고 집은 언제 사고, 이미 시뮬레이션까지 완벽하게 끝낸 삶을 그냥 따라가는 거. 다른 길 볼 것 없이 잘 닦아 놓은고속도로로 무조건 진입해. 그게 가장 안전하고 빨라."
"하지만, 더 이상은…..."
"알아,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이제 고속도로도 없어졌을뿐더러 설령 간신히 그 길에 올랐다 해도 전처럼 얌전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진 않아."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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