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내 데스크에서 회원증 명단 정리하는데 이용자가 회원증을 찾으러 왔다.
이용자: 회원증 찾으러 왔는데, 오늘부터 대출할 수 있지요?
사서1: 초등학생 이상은 본인만 대출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 그런 말 처음 듣는데요. 아이가 직접 올 시간이 없는데...
나(참견하면서): 이용안내문에 있습니다. (찾아보니 안내문에는 없고, 이용안내 설문지에 있더라. 속으로 난감해함)
사서1, 2: 본인 회원증을 신청하세요.
이용자: 오늘 대출해야 하는데(화난 것 같은 말투)
나: 그러면 오늘만 대출하시고, 다음부터는 본인이 반드시 대출하셔야 합니다.
이용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지요.
사서2(이용자를 향해서): 관장님이 예외로 해주신다고 하셨으니까 그렇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이용자: 저분이 관장님이세요?(굉장히 기분 나쁜 어투였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별 큰 문제는 없는 사건이었는데, 어제는 무척 기분이 나빴다.
왜 나는 기분이 나빴을까? 그리고 그 시간은 내 담당도 아니었는데, 끼어들어서 문제를 만들었지? 내가 관장이라고 해서 직원들 일에 끼어드는 것은 월권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드는걸.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아무튼 아이가 도서관에 올 시간이 없다는 말에 무의식이 흥분했었던가보다. 그리고 말투도 마음에 안들었고. 하지만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어린이자료실에서 이용자에게 아이가 우니까 나가서 달래라고 했다가 자질 운운하면서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고 한다. 곽민재 선생이 졸업식 끝나고 첫날이었는데, 많이 상심했던 모양이다. 이용자를 달래려고 이미아 주임이 횡단보도까지 따라 나갔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곽민재에게는 기분 나쁘지만,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고 잊으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서로서 살아가는데 크게 액땜한 것이라고 바꿔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용자는 이따위 도서관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의 인생이 불쌍하고 아이가 불쌍했다.
직원들과 이용들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는 항상 심정적으로는 직원들을 믿는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신뢰하고 있다고. 단지, 이용자가 시끄럽게 하니까 그 자리에서는 달래려고 하는 태도를 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춰야할 것 같다.
앞으로 지킬 일.
1. 내 업무 시간이 아닐때는 직원들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그 장소에 갔던 일만 마치면 된다.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 상황에서 직원들이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들어도, 알아도 모른척. 내가 관장이라고 해서 모든 일에 참견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운 사건이네. 이것이 어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