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중년을 말하다 - 중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 소설로 읽는 융 심리학
대릴 샤프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1월
구판절판


소극적인 투사는 자기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투사를 말한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이미 소극적인 투사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 파티에 갔을 때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면 말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사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수록 우리는 더 쉽게 투사를 한다.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 사람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고 우리가 상상한 것이 바로 그 사람일 것이라고 단정한다. -100쪽

관계에 대해 작업한다는 것은 내가 화가 나 폭발할 지경이 되었을 때 입을 다무는 것이다. 관계에 대해 작업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싸움터에서 물러나 혼자 머리카락이 젖도록 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트너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내 안에 있는 어떤 콤플렉스가 작동했는지, 무엇 때문에 콤플렉스가 작동했는지 묻는 것이다. 이럴 때 "왜 그가 내게 그런 짓을 했을까?" 혹은 "그는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걸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왜 나는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까?" 혹은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심리는 어떤 것인가? 나는 그 일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런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을 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114쪽

"너는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어."라고 다른 사람 탓을 하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나는 지금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내 안의 무엇이 나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115쪽

... 우리는 감정을 안으로만 삭여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터뜨려 관계를 망쳐서도 안된다. 관계에 대해 작업하면서 우리는 잠시 자신의 경험에서 물러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골칫거리를 만들어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마음 속에 담아둠으로써 자신과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들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콤플렉스가 자신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는 짓이다. 관계를 잘 유지하는 비결은 자신의 콤플렉스로부터 떨어져 그것을 객관화하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게 맞서는 것이다. 콤플렉스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 자신의 순수한 감정과 콤플렉스가 활성화될 때 치솟는 감정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콤플렉스에 저항할 수 없다. 만약 마음속에 감정을 담아두는 그릇이 없다면 우리는 콤플렉스와 맞서는 작업을 할 수 없다. -115-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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