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이지만, 딱히 책의 내용과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사서라는 직종이 가지는 고민이 거의 비슷하구나 하는 것이다. 내가 여자라서 갖게 되는 공유하는 감정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도서관에서 컴퓨터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게 된 것이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빠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서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서도 보통의 사람들과 같고, 자신의 직업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나쁜 사람은 어느 직종에 가도 단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인 "사서들은 원래 다 저래."라는 판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를 바란다. 사서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성격의 사람이 사서로 일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 친절한 의사, 불친절한 의사, 변호사, 교사 등등 많지 않은가? 정말 살면서 판단이라는 것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판단의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조심해야 할 일이다. 입장 바꾸어서 생각하면 세상의 많은 일들이 얼마나 쉽게 해결될까?
물론 조직이 운영할 때 시스템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개인의 품성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의 성격이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학술지 논문에서 알기 어려웠던 미국 공공도서관의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마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알 수는 있지만, 영어로 이해하는 것이 번역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느낀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저자는 공공도서관이 여러가지 면에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자도 말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변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원래 그렇게 해오던 것이니까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가지 덧붙이면, 우리나라의 사서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지만 간혹 눈에 거슬리는 도서관 관계 용어들이 옥의 티라고 생각한다.
== 본문 중에서
- 나는 성자가 아니다. 나는 못된 놈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 한 명의 십 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면 좀 더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십 대들이 몇 명을 늘어날 거라고 본다. (320)
- 내가 배운 한 가지는 내가 옳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러 져 주는 게 나을 때가 있다. 결국 아무도 지고 싶어 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져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이란, 존재감을 보여 주고 내가 상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할 때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395-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