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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창을 보았다
낸시 최 지음 / 문예당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근래에 들어 자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3년간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새로운 학교, 그것도 내가 원하던 곳을 선택하여 원하던 공부를 하게된지 오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꿈꾸던 것은 이게 아닌데......'하며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고있다. 그래서 지금 가고있는 길에서 잠시 멈추고 '과연 내가 원한 것이 이런 것 인가'하고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시나리오를 짜는중이다. 그러던 중 내게 도움이 될만한 책 한권을 발견했다. 낸시 최의 <나는 세상의 창을 보았다>. 학교 도서관의 여행 서가에서 발견했는데 사람의 손길이 별로 거쳐가지 않았는지 최근에 출판된 책들마냥 깨끗하고 종이가 무척 부드러웠다. 책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당당하고 중후함을 갖춘 여성의 미소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일한 국제 관광 전문 홍보인, 낸시최의 글로벌 에세이.
세계 관광산업의 가교 역할을 한 프로페셔널 여행인 북유럽 3개국 등 10여 개 국 관광청의 한국 대표로 활동한 그가 30년 이상의 해외 비지니스 여행을 통해 채득한 고품격 트래블 에세이.'
라고 적혀있었다. '흐음, 굉장히 잘나신 분이네요.'라는 생각을 하고 전투적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
p. 29
여행자에게 '촌스러움'은 없다. 다만 '낯섦'이 있을뿐이고,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 '낯섦'을 부끄러워하고 그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는 여행자가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을 '촌스러운 사람'이라고 부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 낸시 최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소박한 꿈 하나 하나를 이루어 가며 결국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멋진 여성, 내가 꿈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항공사, 관광청 등에서 근무하며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우리 나라를 알리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러 곳을 방문한 그녀이기에 외국 생활을 어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여러곳을 돌아다닐 때마다 화장실 플러시를 찾지 못해 변기에 앉자 몇 십분 동안 끙끙대는 일을 자주 겪는다는 그런 사람이다. 여행다닐 때 마다 일등석을 타는 호화스런 생활을 하는 그녀가 밉보이고 질투를 느끼지만 항상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여 이룬 일들이기에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낸시 랭' 을 떠올렸다. '인간극장이 왜 이렇게 변질되었느냐, 낸시 랭이 왜 인간극장에 출연하느냐?'하는 논란을 일으켰던 일을 떠올렸다.
그런 삶과 이런 삶.
낸시 랭과 낸시 최의 삶의 모습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기 때문에 아니꼽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들의 소박한 꿈 하나 하나를 이루어 간것'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탈을 꿈꾼다,는 생각 하나로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기대이상의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에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알수 없지만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듯한 이 책을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이 즐겨 찾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난 더없이 행복해요. 인생은 내가 즐기는 만큼 즐거워 지는거예요.'
시애틀에서 만난 여성이 해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