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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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찌 보면 베르베르의 소설에 등장하는 새롭고 기괴한 발상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정교한 지하도시를 짓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개미가 인간 이상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아니면 이 책에 나타난 미래의 우리 모습들은 누군가의 상상속에서 이미 한번 펼쳐진 세계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우리가 막연히 갖고있는 동경을 넘어서 조금의 디테일을 첨가했거나 이면을 들추어 낸 것이다. 투명인간을 그린 만화, 소설, 영화가 많았지만 그 무엇도 그 피부를 말하진 않았다. 그냥 사라져 영웅이 되버리곤 말았다. 투명피부는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몸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위생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과거로의 여행도 무조건 지금을 비판하며 평화롭고 여유로운 과거를 이야기하는 현대인이 살아가기에는 벅찬 공간이 분명하다. 이뿐 아니라 베르베르가 펼쳐놓는 짤막한 이야기들은 그럴수도 있겠구나..그것참 불행하겠군,,왜 그생각을 하지 못했었을까? 라는 감탄부호를 끊임없이 이끌어낸다. 가장 과학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현실과 감성을 잃지 않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보따리를 훔쳐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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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하일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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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이 아닌 진실과 환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하일지의 소설 진술은 미스테리의 요소가 다분하며 뒷 부분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 추리의 과정보다는 한 남자의 심리적 공황이 빚어낸 진실을 환상 속에서 끄집어 내는 과정이다. 국립대학교수라는 대외적인 직업이 모든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의 아내를 아니 그의 연인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집착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진술속에 완벽한 부부애와 사랑은 결국 진실로 수용되는 현실일 수는 없는 것일까? 그에게서 천하의 악녀로 그려지는 그의 아내의 인생은 어땠을까? 보여주는 것보다 던저놓은 화두가 더 많은 이 얇은 소설책 한 권은 그 양을 넘어서는 큰 혼란에 나를 빠뜨렸다. 무엇이 진실이고 누가 용서 받아야 하는가? 환상은 거짓인가? 아니면 ... 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들을 만난 것 자체가 이 책에 별 다섯개를 기꺼이 내어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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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정헌재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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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획 들어가지 않은 완두콩의 캐릭터처럼 카툰의 내용도 그리고 그 뒤의 수필도 단순함이다. 무언가 철학적인 고민이나 심미적인 완성도를 추구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동과 즐거움을 찾아내는 기쁨과 그 공감이 이끌어내는 즐거움은 의외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래 그래야지.. 그럴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해 보자.. 한장한장마다 드는 생각들은 나를 조금이나마 맑게 해 줄것만 같은 기대를 가지게 된다. 완두콩을 읽고 지금 당장 실천하려고 하는 하나 둘의 것들이 내 생활을 조금 따뜻하고 즐거웁게 만들길.. 내일은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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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사진 한 장 - 윤광준의 사진 이야기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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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처럼 사진은 누구나 한번쯤 취미의 목록에 올려 보려는 종목중 하나이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그런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환상의 허와 실을 정확히 꼬집어낸다. 많이 찔렸다. 무슨 사진 작가라도 된 듯이 카메라를 들쳐메고 팔도를 누비며 화려한 백두대간이나 고즈넉한 흑백사진을 건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 전에 있어야할 카메라에 대한 이해나 꾸준한 연습은 철저히 무시하기 쉽상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우리의 조악한 결과물에 소질이 없다고 낙담하거나 사진의 혹은 도구의 부실함에 탓을 돌리며 사진의 꿈을 저버리는 것이다.

그런 우리의 (혹은 나같은 이의) 작심삼일을 꾸짖고 나아갈 마음 자세를 일깨워 주는 노력을 하는 책이다. 그리고 간간히 사진에 대한 솔직한 매력을 이야기 하며 유혹하는 것은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알고 사물을 알고 대상을 알고 결국엔 나를 알기 위한 사진의 매력에 생략해 버렸던 사진에 대한 연습을 해보자라는 마음속의 다짐(불끈~)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곁들여지는 카메라와 기타 장비에 대한 기초적이지만 친절한 설명은 초보자의 발돋움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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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들어주는 아이 - 사계절 저학년문고 26
고정욱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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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머리에는 죽는 날까지 장애아에대한 동화를 쓰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나는 존경심 언저리에 문학에 있어서 그런 강박적인 의지가 필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내가 틀렸음을 알았다. 그것은 강박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장애우를 사랑하고 그 친구들의 순수한 마음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책 곳곳에서 전해져온다. 특히 동화책이기에 작가의 고집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 쉽게 길들여질 수 있다. 잘못된 시선과 편견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창피한 우리인데 어느새 아이들이 무들어버리는 것이다. 작가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바라볼 때에 어떤 편견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장애를 특권도 부끄러운 일도 아닌 우리와 조금은 다르지만 함께 살아갈 동무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작가의 노력이 책 한장마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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