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처 최악의 경우만 상상하며 벌벌 떨고 있을진모를 떠올리면 형사보다 내 마음이 더 급했다. 그 애를 그렇게 방치할 수 없었다. 푸르른 일몰의시간, 사방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올라가고 있는 그 시간. 그 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우리들은 아버지의 자식들이었고 그랬으므로 푸르른 일몰의 시간은 숙명적인우리의 아킬레스건이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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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을 잘했어도 1개로 서운해지고 틀어지게 되는 마음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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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한테는 도시로 돌아와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지. 이제까지 그 이유 중 가장 큰 존재가 형이었어. 형을 혼자 두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안진진 네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우습지? 너 때문에 나는 도시로 돌아와 너를 생각하면 빨리 돌아오고 싶어."
지금 김장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안다. 그는 지금 조심스레 나를 향해 화살표를 보내는 것이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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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감이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시간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편안한 고요가 깃들었다. 가끔 운전석 쪽을 돌아보면 김장우는 눈을 크게 뜨는시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표시를 하곤 했다. 내가 고개를흔들면 그는 수채화 붓으로 긋듯이 씨익 한번 웃고는 다시 전방을주시했다. 나영규의 활짝 웃음이 옆 사람까지도 웃게 만드는 전염성 강한 것이라면 김장우의 수채화 웃음은 여운이 길어 웃음이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웃음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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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우

희미한 존재에게로 가는 사랑.
이렇게 말하면 보다 정확해질지도 모르겠다. 강함보다 약함을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직진으로 강한 화살을 쏘지 못한다. 마음으로 사랑이 넘쳐 감당하기 어려우면 한참 후에나 희미한 선하나를 긋는 남자.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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