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을 잘했어도 1개로 서운해지고 틀어지게 되는 마음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7
"그래도 나한테는 도시로 돌아와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지. 이제까지 그 이유 중 가장 큰 존재가 형이었어. 형을 혼자 두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안진진 네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우습지? 너 때문에 나는 도시로 돌아와 너를 생각하면 빨리 돌아오고 싶어."지금 김장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안다. 그는 지금 조심스레 나를 향해 화살표를 보내는 것이었다. - P117
큰 호감이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시간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편안한 고요가 깃들었다. 가끔 운전석 쪽을 돌아보면 김장우는 눈을 크게 뜨는시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표시를 하곤 했다. 내가 고개를흔들면 그는 수채화 붓으로 긋듯이 씨익 한번 웃고는 다시 전방을주시했다. 나영규의 활짝 웃음이 옆 사람까지도 웃게 만드는 전염성 강한 것이라면 김장우의 수채화 웃음은 여운이 길어 웃음이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웃음이다. - P110
김장우
희미한 존재에게로 가는 사랑.이렇게 말하면 보다 정확해질지도 모르겠다. 강함보다 약함을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직진으로 강한 화살을 쏘지 못한다. 마음으로 사랑이 넘쳐 감당하기 어려우면 한참 후에나 희미한 선하나를 긋는 남자. - P102
아버지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건지..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이 저권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