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잘린 군인이 느끼는 환상지통과 비슷한걸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느껴졌어. 누나는 죽었어. 나보다 먼저 죽었어.
혀도 목소리도 없이 신음하려고 하자, 눈물 대신 피와 진물이 새어나오는 통증이 느껴졌어. 눈이 없는데 어디서 피가 흐르는 걸까, 어디서 통증이 느껴지는 걸까.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내 창백한 얼굴을 나는 들여다봤어.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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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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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기 전에
저녁밥 때가 되기 전에
집에 들어가는 것

모든 사람이 전화기를 갖기 전 무언의 약속들

엄마의 얼굴이 그제야 펴진다.
꼭 그래라이, 그녀가 말한다.
해지기 전에 와라이 다 같이 저녁밥 묵게.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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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일상이 많은 정대.정대.정대...

정적 속에서 너는 정대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한 하늘색 체육복*바지가 꿈틀거리던 모습을 기억한 순간, 불덩어리가 명치를 막은것같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숨을 쉬려고 너는 평소의 정대를 생각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정대를 생각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 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빈번한 정대. 그런데도 귀염성이 있어서, 그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만으로 누구든 웃겨버리는 정대, 소풍날 장기자랑에선 복어같이뺨을 부풀리며 디스코를 춰서, 무서운 담임까지 폭소를 터뜨리게한정대, 공부보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정대. 누나 때문에 할 수 없이 인문계고 입시 준비를 하는 정대. 누나 몰래 신문 수금 일을 하는 정대, 초겨울부터 볼이 빨갛게 트고 손등에 흉한 사마귀가 돋는정대. 너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 제가 무슨 국가 대표라고스매싱만 하는 정대.
천연스럽게 칠판지우개를 책가방에 담던 정대. 이건 뭣하러 가져가? 우리 누나 줄라고. 너희 누난 이걸 뭐에다 쓰게? 글쎄, 이게자꾸 생각난다. 중학교 다닐 때 공부보다 주변이 더 재미있었다뭐냐?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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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과 대비되는 시간들

그 다른 세상이 계속됐다면 지난주에 너는 중간고사를 봤을 거다. 시험 끝의 일요일이니 오늘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마당에서정대와 배드민턴을 쳤을 거다. 지난 일주일이 실감되지 않는 것만큼이나, 그 다른 세상의 시간이 더이상 실감되지 않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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