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지 않았다. 나는 한나에 의해 버림을 받고, 속임을 당하고 그리고 이용당했다는 사실로 인해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일에 간섭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재판 내내 끔찍한 일을 접할 때마다 따라다녔던 그 마비증세가 지난 2, 3주 동안 겪은 느낌과 생각들 위로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에 대해 내가 기뻐했다고 말하면 지나친 말이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옳다고 느꼈다. 그것은 내가 일상으로 돌아가 그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2026년 10월 14일 오후 4:18 - P174
한나가 떠난 뒤 의 ‘나‘의 모습
그리고 나는 내가 한나에 대한 기억들과 작별을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한나 이후로 나는 그 누구에게도 굴욕을 당하거나 굴종을 인내하지도않겠다. 모든 죄책감을 내게로 돌리거나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겠다. 상실의 아픔을 가져올 만큼의 사랑은 이제 더 이상 하지않겠다-당시 이런 것들을 뚜렷이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단호하게 느끼고 있었다. - P95
어느 것도 힘들 게 없었다. 모든 것은 쉬웠고 모든 것은 가벼웠다. 어쩌면 그 때문에 기억의 보퉁이가 그렇게 조그만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생각에만 작은 걸까? - P95
나는 또 나를 향한 것이든 남을 향한것이든 간에 애정이 담긴 조그만 제스처에도 목이 메어오던 것을 기억한다. 때로는 영화의 한 장면만 봐도 그랬다. 매정함과극단적인 감상성의 이 같은 병존은 나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했다. - P96
한나가 그 도시를 떠난 뒤 그녀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는 일을 그만두고, 또 오후의 시간들이 제 모습을 상실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책을 보아도 그 책이 누군가에게 읽어주기에좋은지를 생각하지 않고 펼쳐보게 되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걸렸다. 그리고 나의 육체가 더 이상 그녀의 육체를 그리워하지않게 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 나는 팔과 다리들이 잠결에 그녀를 찾아 더듬거리는 것을 목격하였으며, 식사자리에서 형은 내가 잠결에 ‘한나‘ 하고 소리쳤다고 여러 번 빈•정거렸다. 나는 또 수업 시간에도 줄곧 그녀만을 꿈꾸며 그녀생각만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녀가 떠난 뒤 처음 몇 주 동안줄곧 나를 괴롭히던 죄책감은 점차 사라졌다. - P94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된 한나
나는 한나와 관련된 것, 그러니까 나를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내가 수영장에 늦게 가거나 수영장에서 일찍 빠져나온 까닭은 다른 것 때문이야.""넌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니면 말하고는 싶지만 어떻게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니?"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몰랐던 것인가? 나는 그것을 스스로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 P84
"나는 당신한테 셰발이나 호테휘, 에크뮌헨, 혹은 부켈펠헨과 같은 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요. 나는 말을 생각할 때 말이빨이나 말 대가리 그리고 또 당신이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그 무엇은 떠올리지 않아요. 좋은 것, 따뜻한 것, 부드러운 것,강한 것을 생각해요. 당신은 새끼 토끼나 새끼 고양이, 그리고암호랑이가 아니에요. 이런 것들 속에는 당신하고는 전혀 맞지않는 뭔가 나쁜 것이 들어 있어요." -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