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루트와 내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사랑으로 감쌀 때면, 율리아는 그 안에서 한 마리물고기처럼 헤엄을 쳤다. 율리아는 마치 자기의 원래 고향에 와있는 것 같았다. 우리 사이의 갈등을 눈치 챌 때면, 그 아이는두 사람 사이를 오가면서 우리 둘은 서로 사랑하며 또 자기도우리를 사랑한다고 확신시켜주었다. 율리아는 남동생이 하나있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동생이라도 몇 명 더 있었으면 그아이는 행복해했을 것이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이혼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내가 그 아이를 찾아가면 그 아이는 내가 계속 머물러 있기를 바랐고, 그 아이가 나를 찾아올 때면 게르트루트에게도 함께 가자고 졸랐다. 내가 율리아에게 들렀다가 나올 때 창문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아이의 슬픈 눈길을 느끼면서 자동차에 오를 때면, 나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우리가 그아이의 소망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망할 아이의 권리마저도 거부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우리는 이혼을 함으로써 아이의 권리를 앗아버린 것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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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르트루트와 함께 지내는 것과 예전에 한나와 함께 지내던 것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게르트루트와 포옹할 때마다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손길이나 감촉, 그녀의 냄새와 맛, 그것은 내가 찾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러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러한 것이 사라지기를 바•랐다. 나는 한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아닌데하는 느낌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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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사실은 비록 우리가 손가락으로 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을 가리킬 수 있다고 해도 우리 가슴속을 수치심으로 가득 채웠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고 해서 우리가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손가락질을 함으로써 적어도 수치심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다. 손가락질은 수치심의 수동적인 고통을 에너지와 행동과 공격심리로 전환시켜주었다. 그리고 죄를 저지른 우리 부모들과의 대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나의 부모는 더더욱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의 부모는 비난받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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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재판이후
겉으론 변화가 없다 얘기하지만
누가봐도 큰 문제가 있어 보임

나는 원래 스키를 잘 타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적극적으로스키를 탔으며 스키를 잘 타는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빨리 달렸다. 가끔 넘어지는 것과 다리가 부러지는 것을 각오하고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활강 코스를 내리닫았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 다른 모험에도 도전하여 결국 그것을 해냈지만, 그것이 위험하다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 P178

나는 재판이 끝난 여름 내내 대학 도서관의 열람실에 파묻혀 살았다. 나는 열람실 문이 열리는 시간이면 나갔다가 열람실 문이 닫힐 때에야 돌아왔다. 주말에는 집에서 공부했다.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마치 신들린 듯 공부만 했기때문에 재판으로 인해 마비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은 여전히 마취 상태에 있었다. 나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일절 피했다. 나는집에서 나와 방을 하나 세 들었다. 도서관 열람실이나 가끔 가는 영화관에서 이따금 아는 사람들이 말을 붙여 와도 나는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 P178

나는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스웨터와점퍼를 입고서 스키를 탔지만, 나는 셔츠 바람으로 탔다. 그들은 그런 나를 보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왜 그러는 거냐고 놀려댔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스런 경고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그 당시만큼은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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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의 낭독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재판이 끝나고피고인들이 끌려 나갈 때, 나는 혹시 한나가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기다렸다. 나는 내가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그녀는 모든 것을 꿰뚫을 듯이 앞만 바라보았다. 그것은 거만하고, 상처받고, 길 잃은, 그리고 한없이 피곤한 시선이었다. 그것은 아무도 그리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는 시선이었다. *2026년 10월 14일 오후 4:27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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