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기대감을 보았으며, 나를 알아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고, 내가다가가자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두 눈을 보았고, 무언가를 찾고 묻는 그녀의 두 눈에 불안과 아픔의 빛이 서리는것을 보았으며, 그녀의 얼굴빛이 꺼지는 것을 보았다. 내가 그녀 옆으로 다가서자 그녀는 다정하면서 피곤에 젖은 미소를 지었다. - P206
나는 단 한 번도 한나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 책을 낭독하는 일은 계속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녀와 내가 이야기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나는 그녀가 보내온 편지들을 모두 모아두었다. - P201
나는 그녀의 인사말을 읽고서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찼다."그녀가 글씨를 쓸 줄 안다. 그녀가 글씨를 쓸 줄 안다고!"나는 그동안 문맹자와 관련된 글들을 구할 수 있는 한 다 구해서 읽었다. 나는 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는, 즉 길이나주소를 찾을 때 또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고를 때 겪는 당혹스러움에 대해서, 미리 주어진 생활의 틀과 낯익은 행로를 더듬더듬 따라가면서 여기서 벗어나면 어쩌나 하며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서, 글씨를 읽고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소모하는 정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실제 삶에 있어서의 에너지 상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 한나는 읽고 쓰기를 배우겠다는 용기를 발휘함으로써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첫걸음을, 깨우침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나는 한나의 글씨체를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쓰느라고 그녀가 얼마나 많은 힘을 소모하였으며 또 얼마나 투쟁을 해야 했을지 깨달았다. 나는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동시에 나는 그녀가 불쌍했다. 너무나 지연되고 실패한 그녀의 인생이 불쌍했고, 그녀 인생 전체의 지연과 실패가 가엾게 여겨졌다. - P199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미 녹음해 보내는 것 자체가‘나‘의 많은 것을 보내는 행위
나는 카세트테이프에다 어떤 사적인 말도 결코 담지 않았고,한나의 안부를 묻지도 않았으며, 나 자신에 대한 그 어떤 말도하지 않았다. 나는 제목과 작가 이름과 텍스트만을 읽었다. - P197
나는 그 이후의 관계들을 보다 더 잘 맺어보려고 노력했다.나는 스스로에게 우리의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여자는약간은 한나 같은 손길과 감촉을, 약간은 그녀와 같은 향내와맛을 가져야 한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나는 여자들에게 한나에•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또 다른 여자들에게 게르트루트에게 했던 것보다 더 많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ㆍㆍ하지만 여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 P185